나와 C는 성룡이가 있는 피시방으로 갔다. 그곳에 성룡이는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다. C는 내게 화를 냈다. 너때문이야. 너때문. 다 너 때문에 망쳤어. C는 짜증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C와 맞서지 않았다. 그냥 '게임이나 할래?' 이런 식이였다. 그러나 C는 내가 너랑 왜 해? 하곤,  계속 입으로 뭔가 씨부렁 댔다. 우리 셋은 중학교 동창이였고, 성룡이가 유일한 알바였기 때문에 우리는 편히 있었다. 나는 C에게 계속 뭔가 소리를 들었다. 그냥 나는 넘겼다. 그래도 '우정'이라는 게 남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그 애 입장에선 내가 자기 일을 망친것이 아닌가. 그러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첫 차를 타고 우리는 피시방을 떠났다. 그 첫 차 안에서도 나는 끊임없는 불평을 들었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였어도 내가 걔를 연락처를 따서, 한국 들어 올 때마다 연락해서 델꼬 놀려고 했는데... 나는 미안하단 말은 결국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왜 미안해?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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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는 그 주 이 일을 교회 사람들한테 말했다. 누나는 내가 걱정됐는지. 회현아, 그 여자애한테 연락오면, 받지 마. 너한테 뭐 할지도 모르잖아. 나는 쓸데 없는 오지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아버지한테 이 여자애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난감하리라는 생각은 했다. 그리고 연락은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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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5년이 지났다.

 

나는 그 C와 그 날 이후, 한번도 연락하지 못했다. 만나지도 못했다.

C는 아마 평생 나를 못 볼것이다 싶었다. 자기 결혼식에 나를 초대하면, 내가 그 일을 아내에게 말하면, 과연 그 결혼은 될 수 있을까? 미국 가서는 좀 정신을 차렸을까? 교회 다닌단 놈이 그런 짓을 한게 말이 되는가? 걔 기독교인 맞어?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교회 다닌다며, 이 여자 저 여자 후리고 다니고, 임신시키고, 버리고. 뭐 그런 놈들 있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남자애들 '좋은 남자' '좋은 사람' '좋은 오빠'라고 믿으며, 안기길 원하는 여자애들 있는 것도 안다.

 

한심하다.

 

뭐지. 이 상황은.

 

 

나는 그 날 '빌어먹을 우정'때문에 '빌어먹을 의리' 때문에, 내 신앙과 양심을 버리고 여자를 보쌈할 수 있었다. 내가 그 상황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그 기도 때문이였다 믿는다.  나는 싸우지 않았다. 나도 21살 혈기 왕성한 남자였다. 그리고 내 앞엔 취할 수 있는 떡실신 미녀가 있었다. 그리고 내 친구는 내게 '우정' 이라는 관계로 이 일을 내가 못 막게 하려 했다. 같이 참여하게 하려 했다. 미친.

 

 주의 은혜 덕분에 나는 내가 한 일 중 가장 영광스러운 일 중 하나를 했다 믿는다.

 

 

그 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은 30이 됐겠구나. 그 때 인생이 달라졌을까? 감히 그렇게 바래본다.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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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술 취하면 패망한다 말은 언제나 100%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술 취하면 패망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겪었다. 그러지 말길. 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우정'과 '의리'라는 이름하에 친구의 잘못과 욕정과 범죄를 눈 감은 수 많은 청소년들과 인간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또 지가 교회 다닌다고 말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당신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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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며, 느끼는 건데.

 

성룡아. 정말 내게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뭐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2012년에 비공개로 쓴 글이다.

Posted by 상실의 시대에 사랑을 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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