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여관과 모텔을 가게 됐다. 그 여자가 나를 데리고 간 것이지만. 그랬다. 처음엔 모텔로 갔다. 그 모텔의 위치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장미여관이니, ZEN 모텔이니. 그런 것들이 있던 기억은 난다. 그 여자애는 모텔에 내가 먼져 들어가게 하더니, 나보러 계산하라고 하고 저기 벽 뒤에 있었다. 나는 그 때 느꼈다. 이 얘는 성인이 아니구나.

 

 계산을 하고, 방을 올라가는데. 이 얘는 방에 들어와서야 안심이 된다 는 듯이 "아 이제 됐다."라며, 씻어야겠다며 옷을 그냥 벗기 시작했다. 뭐지. 나는 TV를 켰다. TV에선 역시 재미없는 케이블들이 하고 있었다. 생선을 낚시 하며, 그것을 끓여 먹는데. 매우 맛있다, 건강에 좋아지는 듯 하다. 이런 6시 내고향 같은 화면을 틀어놓고 나는 앉아 있었다. 안에서 샤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그 때 전화소리가 났다. 모텔 내선이였다. 그 애는 화장실 안에서 내게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받어. 그리고 나도 성인이라고 그래. 지금 애 화장실이라 전화 못받는 다 그러고. 니가 잘 알아서 해! 뭐지. 왜 나한테 화를 내지? 뭘까. 나는 그 얘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가 내가 있는 방으로 왔다. 그러더니 주민 검사를 해야겠다고 다짜고짜 했다. 그래. 나는 성인이니까 그냥 내밀었다. 그런데 여자애는 샤워하고 있다고, 나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아줌마는 정말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나 그 여자애는 주민증을 제가 두고 왔거든요. 저 성인 맞아요. 했다. 그러나, 그 아줌마는 민증이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쫒겨났다. 뭐지. 왜 이 얘랑 모텔을 와야 하고, 왜 이 여자애 민증이 없다고 쫒겨나야 하는지. 어... 나는 여자 경험도 없고, 생각도 없고. 교회 청년부 회장(그 당시부터 였는 가는 확실하지 않다.)을 하고 있는 데. 내가 왜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지...

 

 결국 얘는 잘 뚫려 보인다며 허름한 여관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 주인은 중년 남자였다. 우리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냥 들여보내주고, 다시는 오지 않았다. 검사하지 않았다. 그냥 들어갔다. 왜 그 애는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걸까. 부끄럽지도 않나. 나는 다시 TV를 켰다. 그냥 TV를 켜고, 그 애를 보지 않는 척 했다. 그 애는 속옷도 참 아무렇게나 던져 놨다. 속옷도 지저분했다. 그냥 바닥에 다 벗어 흩어놨다. 그 애가 다시 씻고 나왔다. 뭐해. 그냥. 안 자? 너 먼저 자. 난 아까부터 하루종일 피곤해. 나도 씻고 싶었다. 그냥 옷을 다 입은 상태에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너 들어오지 마. 그리고 문을 잠궜다. 조마조마 했다. 얘가 내가 씻고 있는데, 쳐 들어오면 어쩌지... 긴장했다. 이 문이 열리면 어쩌지.. 왜 성룡이는 나를 버리고 간 거지? 다행히 씻는 동안 아무 일 없었다. 밖에선 TV 소리가 났다.

 

 나는 씻고, 옷을 다시 입고 벨트까지 찬 채 방으로 나왔다. 머리를 말리려 고정되 있는 드라이기를 썼다. 그 여자애는 벗은 채 누워 있었다.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쇼파에 앉았다. 그 여자애는 누워서 계속 나를 보고 있었다. 뭐지. 시간이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하나님. 제게 무엇을 주시려고, 이런 상황을 주시나요.  그 때 TV가 꺼져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방은 적막했다.

 

 그 여자애는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너 안 자? 자야지. 와서 자. 뭘? 내 옆에서 자라고. 내가 왜 니 옆에서 자? 혼자 자기 침대가 넓어. 왜 거기 있어? 이리 와서 자. 내가 왜. 나랑 자자니까. 나 쇼파에서 잘 꺼야. 난 그 애가 쇼파에 붙어서 안 떨어지면 어쩔까 걱정했다.

 

 정말 잠이 안 왔다. 쇼파가 자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이런 밤도 첨 이였고. 옆에서 자꾸 말을 거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랑 자자고." 싫어. "왜 남자들은 나랑 자고 싶어하는데," 그건 걔네고. "날 갖고 싶지 않아?" 싫다니까. "너 남자냐? 너 남자맞아?" 날 도발하는 그 얘를 보면서,..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남자인데... 말 걸지마.  "너도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자, 기집애야. 나는 내내 긴장하고 있었다. 얘가 나를 쇼파로 덮치면 어떡하지... 걔는 침대에 뒹굴면서 계속 나에게 자자고 앵앵댔다. 인간의 목소리가 고양이 목소리로 변하는 것을 처음 느꼈다. 엥엥. 계속 자자고 엥엥. 처음엔 인간 목소리로 안되니까, 얘는 고양이 목소리를 냈다. 뭐지. 그러길 3시간 가까이. 내게 자자고 하다가, 지도 지쳐 잠들었다. 아침해는 떠올라 있었다.  나도 잠들었다. 일어나니 밸트는 그대로 잠겨 있었고, 쇼파에 기대어 있었다. 그 애는 나가 떨어져 있었다.

 

 여관의 허름한 모습이나, 그 창살로 이미 중천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내 어머니는 내가 뭘 하는지는 아실까. 모르실거다. 내가 별 얘기 안하고, 그냥 나왔으니까. 배가 고파서, 그 얘가 어제 사자고 졸라 대서 샀던 컵라면들 중 하나를 꺼내, 물을 끌여 먹었다.  TV를 봤다. 그 얘는 참 잠을 많이 잤다. 4시까지 잤다. 나는 어제 비가와서 젖어버린 구두를 드라이기로 열심히 말렸다. 양말도 빨아 말렸다. 엄마는 내가 뭘 하는진 알까. 성룡이는 일어났을까.

 

 언제 그 얘의 개인적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기억들을 적자면, 그 얘는 '현경'이라고 자기를 부르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그 얘의 본명을 듣지 못했다. 아마 '현경'이는 그 얘가 쫒겨났던 룸쌀롱에서 사용했던 마지막 가명이였을 것이다. 나이는 18살.  고등학생의 나이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가출해서, 1년에 잠시만 집에 들어갔다 나오고를 해왔다는 거. 가출해선 가출팸 안에서 생활들도 해보고, 성매매도 해왔고, 아는 오빠들과 동거도 해봤고, 보도방도 뛰어봤고, 지금은 룸쌀롱에서 있다가 쫒겨났다는 거... 그리고 그 쫒겨나 있는 애를 우리가 만났다는 거.

 

 그 얘는 장녀라 했다. 집은 저 북쪽 경기도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동생이 있는데, 내가 공부 잘했던 것 보다 더 잘한다고 했다. 자기는 아빠와 자기, 그리고 남동생 셋이서 살았는데. 아빠가 아프다고 했다. 엄마는 삼촌과 결혼해서. 초등학교 때 집에서 나갔다고 했다. 그후부터 그 얘는 집에서 가출한 것이였다. 세상에 벗겨진 채 7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때로는 나이트 삐기 오빠들과 자기도 했고, 이 생활중에 만난 남자친구가 그 애에게 매우 잘했었나 보다. 날 보고 그렇게 울며, 안겨서 나랑 지 전남자친구를 비교하며, 계속 앵겨댔으니.

 

 여관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가세요. 지금 5시 입니다. 얼른 나가세요. 시간 지났습니다. 나는 그 얘를 깨웠다. 일어나 빨리. 넌 왜 이리 잠이 많냐. 빨리 일어나. 생각해보니, 지금 벌써 오후 5시다. 다시 해가 지고 있었다. 그 얘를 데리고 청소년 시설을 들어가기엔 시간이 늦었다. 차라리 물푸레나무로 데려가자. 근데 그 얘는 깨워도 꺠워도  진짜 뒹굴면서 일어나지를 않았다. 야, 일어나. 여관 주인이 또 전화를 걸었다. 얼른 나가세요. 아니면 돈을 더 내시던가요. 나는 그 얘를 억지로 깨웠다. 그 얘는 또 샤워 하러 갔다. 좀 옷좀 입고 다니지. 그 얘는 내게 야. 컵라면 해놔. 그리고 커피 좀 타놓고. 나는 내가 노예인가 싶었다. 그래도 그 얘가 뭐 이렇게 잘해준 남자가 있었겠냐 싶어 다 해줬다. 씻는 것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내가 놀라운 걸 말하면, 그 얘는 절대 자기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 샤워 하기 위해 30분을 써도, 결코 얼굴을 지우지 않았다. 슬프게도.. 나는 생존전략이라 말하고 싶다. 어느 순간에도 예뻐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 얘가 겪은 세상이 강요한 삶의 방법이였다. 참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좀 씻지.

 

 그러다 그곳에서 나간게 7시다. 주인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그 여자애는 밤에 되서야 나갔다.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밤에 사는 생물체가 인간 중에서도 있다는 것. 그런 족속들이 있다는 것. 나는 아침의 사람이고, 그 얘는 밤의 사람이였던 것이다. 주인에게 돈 만원 쥐어주니까 입이 조용해졌다. 그 얘랑 다시 나는 부평역 을 걷게 되었다. 성룡이한테선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Posted by 상실의 시대에 사랑을 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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