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기에도... 나는 평범한 여자가 절대 아니에요. 하는 표정에, 복장에, 눈빛의 여자였다. 그리고 딱 봐도 애였다. 그 시간은 11월, 추웠고. 비가 온 직후라. 더 춥게 느껴졌다. 밤 12시였다.

 

 우리는 저렇게 서 있는 애들한테 남자가 다가가서 데려 가는 것을 흔히 '원조교제'라고 알고 있었다. 딱 보니, 그 케이스 였다. 성룡이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쟤한테 한번 말 걸어볼까? 나와 성룡이도 용기가 안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저 얘 하나를 만나기 위해 거리를 5시간을 걸었으니... 이대로 가버린다면., 나의 자아에 큰 일이 생겨날 거라고. 근데 나는 지금보다 노안이였고, 더 우울했고, 속은 착했지만, 그래 검은 옷에 딱 봐도 만만치 않은 사람 으로 보였다. 그러나 성룡이는 지금도 그렇듯 착하고, 순하고, 나는 순진해요 하고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성룡이에게. 네가 가. 내가 가면 쟤 튈 꺼야. 어 알았어.. 그리고 성룡이는 그 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살짝살짝 지켜보았다. 성룡이는 역시 말을 잘 걸었다. 그리고 10 분 동안, 그 애랑 편의점 앞에서 대화를 하고, 편의점에서 종이 백을 들고 나와선 그 애의 종이백을 옮겨 담았다. 나는 저기서 뭐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망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성룡이가 왔다. 회현아, 이리와.

 

 나는 어색해하며, 마지못한 척 그 얘에게 갔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그 얘는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편의 점 앞 잡동사니 뽑는 기계 앞에서 그냥 그것들을 보고 있었다.  내 말이 안들리는 것일까? 몇 살이에요? 대답은 없었다. 몇살이에요? 뭐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그러자 그 애는 내게 나를 보지도 않고, 넌 몇 살인데? 나? 24. 그럼 너는 몇살이야? 나 25. 그 얘는 나이 25이라 대답했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인 것이다. 우리들 옆으로 경찰차가 지나갔다. 그러나 어떠한 경찰도 우리를 잡진 않았다. 뭐. 우리야 선량한 시민들이니까 그렇겠지만...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별로 하는 건 없다.

 

 배고프지 않아? 밥 먹을래? 싫어. 그리곤 그 여자애는 그곳을 떠나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잡을 구실도 없고 해서 가만히 있었다. 성룡이가 말했다. 쟤 돈이 3,000원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백이 젖어서 곧 찢어질 것 같다고, 사달라고 하더라고. 저게 자기가 갖고 있는 전부래. 저게 전부라고? 응.

 

 밤은 새벽이였고. 그 애는 말 그대로 하의 실종이였다. 진심으로 하의실종이였다. 짧은 핫팬츠가 아니라, 속옷만 입은 것 같았다. 가죽재킷 이상한 가시들이 박힌 걸 입은 채 였다. 저 애가 걱정이 됐다. 나는 가출한 경험이 있다. 가출들을 많이 했었다. 지금도 감사한 게 난 가출해서,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주차장에서 한 쪽에 쪼그려 앉아 밤을 지새고, 공원에서 자고, 만화책들을 잔뜩 빌려 찜질방에서 자고. 그런식이였다. 그래서 가출청소년이였지만 범죄에 관련해 본 적이 없었고, 그냥 나만 죽어라 아파 아파 그것이였다. 나는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야. 너 배고 프지 않아? 지금 위험하다고. 이런 데 이렇게 서 있으면. 야. 어디가?

 

 그 얘는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멈칫 했다. 돌아서 우리에게 말했다. 노래방 가고 싶어. 노래방 가자. 밥 말고. 나는 당황했다. 노래방이라.. 이 새벽에. 처음 보는 가출청소년이랑. 노래방이라.. 노래방 안가면, 나 안가. 나 간다. 다른 선택 경우가 없었다. 우리는 저 얘를 잡아야 했고, 그리고 저대로 둘 순 없었다. 그런데, 노래방 아니면 간다고 하니, 뭐 가야지. 오랜만이였다. 나도 노래방. 수능 때문에 이런 델 가본 적도 없었고, 군대에 있었을 때. 애들과 노래를 부르며, 식사 내기를 하고 내가 잘부르냐 니가 잘부르냐 우리끼리의 콘테스트도 하고 한 후 처음이였다. 그 얘는 노래방에서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곡들을 30 분 이상 연속으로 불렀다. 평생 동안 태어나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만 10곡을 예약해 놓고, 불러대는 얘는 처음이였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웨이브를 하는 건지. 그리고 남자를 보면서 웨이브를 하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나는 말했다. 야, 너 추해. 하지마. 그냥 노래나 불러. 그 애는 멋쩍은 지, 계속 노래만 불렀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서, 노래를 부르니 그 얘는 내게 잘 부른다고 했다. 너 잘 부르네. 너는 왜 시키지도 않는 웨이브를 하냐? 옆에 앉아 있어. 성룡이가 노래를 불렀다. 정말 못 불렀지만, 그래 아주 재밌는 담배가게 아가씨였다. 그리고 노래방이 끝났다. 야. 너, 밥 먹어야 되니까. 따라와. 나는 그 여자애를 끌었다. 그 여자애는 왜 너 이렇게 리드를 잘해? ... 나는 여자를 잘 모른다. 경험도 없는데...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한 건데. 우리 셋은 함께 걸었다. 그러다 그 여자애는 싫어 하더니, 돌아섰다.

 

 왜 그래? 왜 안먹겠다는 거야? 왜 자꾸 밥을 먹자고 하는건데. 우린 먹었어. 니가 굶었을 까봐 그러는 거야. 너 아무것도 못 먹지 않았어? 어, 그랬지. 그니까. 그 여자애는 마지 못해 우리를 따라 왔다. 그러다가 먹기 싫어. 너희랑 안 가. 그렇게 삐지듯 돌아서는 데 우리는 황당했다. 우리가 지한테 뭘 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도와주러 왔고,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거리에서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왜 자꾸 저러지 우리 속으론 그랬지만. 우리 속을 알리 없었다, 쟤는. 음식점 앞까지 끌고 갔다 싶으면, 다시 돌아서고. 다른데 가면 다시 돌아서고. 지쳐갔다. 술 먹자. 우리 술먹자. 그 애는 그랬다. 내가 왜 너랑 술 먹어? 우리 술 먹으러 온 거 아니야. 그럼? 우린.. 니가 너무 춥게 입고, 불쌍해 보여서. 도와주려는 거야. 그 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평역에 신선설농탕이라고 있다. 대부분의 신선설농탕들이 그렇듯 1층은 주차창이고, 2-3층이 영업을 한다. 2층으로 같이 올라가는데, 그 얘가 갑자기. 우리를 보며 이야기 했다. 대부분 나와 그얘가 대화했기에 거의 나를 보고 이야기했다. 너희 꺼져. 꺼져버려. 그러더니 2층으로 들어가버렸다. 돈도 없고, 저 복장으로... 그냥 혼자 매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우리는 벙쪗다. 우리는 뭐지. 1층에서 잠시 기다리며, 나는 치미는 불평을 성룡이와 이야기 했다. 우리가 뭐 하려고 그러는 줄 아나. 지가 불쌍해서, 데리고 있다가 오전이면 물푸레나무나 청소년 보호 시설로 데려가고, 도와줄 생각이였는데. 쟤 왜 저래? 왜 믿지를 못하는 거지? 아 짜증나. 우리가 이런 취급 받으려고, 새벽까지 이 짓하는 지 아나. 쟤 나중에 알꺼야. 우리처럼 착하고 젊은 남자들이 어딨어. 나중에 후회할꺼야. 그리고 2층을 올려다봤는데, 그 얘는 계단 위에서 우리를 쳐다보며 대화들을 듣고 있었다.

 

 나 갈꺼야. 그 여자애는 아무렇지 않은 척 1층으로 내려오더니. 나 따라오지마. 하곤 가 버렸다. 우리는 욕을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그냥 우리끼리 얘기했다. 한번 만 더 잡아 보고, 안 되면 그냥 가자. 찜질방 가서 자자.

 

 그 얘는 부평역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30m 떨어져서, 따라 갔다. 그 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갔다. 짜증났다. 부평역 앞에서 그 여자애는 서성 였다. 그런데, 그 여자애를 보더니 한 술취한 할아버지가 엉덩이를 사진 찍고, 다른 취객 늙은이는 얘 엉덩이를 치고 갔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우리가 계속 뒤 따라오는 것을 보더니, 2층으로 반대편 역사로 넘어가버렸다. 너무 짜증이 났다. 내 지한테 뭘 한것도 아니고, 할 생각도 없는 천사같은 사람한테. 저게 뭐하는 짓이냐 싶어서, 정말 화가 났다. 그러나 그 얘는 그냥 저렇게 살겠지. 이대로 가면, 저대로 살겠지. 그냥.

 

 그래도 어떡해? 저 얘가 저렇게까지 우리를 밀어내는데 그냥 가자. 그런데 마음에 드는 갈등으로 이대로 쟤를 버리고 갈지, 아니면 그래도 잡아야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움직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멤돌았다. 그러다 고등학생 남자애 3명이 지나가며 자기들끼리 웃으며 "쟤, 우리가 먹을까? ㅋㅋ 엉덩이좀 봐." 그러면서 얘가 들어간 2층을 계속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웃는 것이였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성룡이를 보냈다. 성룡이가 처음 말을 걸었 듯이, 이번에도 말을 걸면 뭐가 되겠지 싶었다. 그러나 10분후에 걔가 와서 쟤 내 말도 안 들어. 그냥 꺼지래. 걔 어딨는데? 저기 반대편에 있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지.. 주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나도 2층으로 넘어갔다. 그 얘는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멀어진 걸까... 이대로 간 걸까... 저기로 간 거겠지... 잡아도 안 올꺼야. 내가 그렇게 잡으려 했는데, 안 왔는데... 이미 멀어졌어. 나는 그래도. 그래도. 그냥 거기 서 있었다.

 

 근데 믿기지 않겠지만, 그 얘가 화가 잔뜩 나 있는 얼굴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화를 내? 그리고 그 40m 쯤 되는 통로 가운데 있는 내게 걸어 와선 울었다.. 뭐지. 이 상황은. "너 내가 화내는 거 보고 왜 날 안잡았어? 왜 붙잡지 않은 거야?" 그러면서 울면서, 나한테 안겼다... 뭐지. 이 얘는. 왜 나한테 그러지. 황당했다. 뭐지. 이 상황은. 방금까지 나한테 꺼지라고 계속 멀어져가더만. 왜 돌아와서는 날 붙잡고, 울지. 뭐지.

 

 나한테 안기더니 '너 내 전 남자친구가... 나를 얼마나 사랑해줬는지 알어?' 이러면서 울고... 뭐지. 이거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것 같기도 한데. 난 얘한테 키스하기 싫은데... 너무 외로워 보이는 것 같아. 불쌍해서. 나도 안고만 있었다. 그렇게 그 얘는 10분동안 울면서. 이상한 말들을 해댔다. 자기 전 남자친구와 월미도를 갔었다느니... 자기가 나쁜년 이라느니...

 

 어느 정도 진정돼 보였다. 성룡이는 우리 주변에 그냥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좀 더 그얘에게 편하게 말했다. 야, 너 배고프지 않아? 응. 이제 밥 먹을꺼야? 응. 대신 여기 맥도날드 가자. 아니면, 나 안가. 그래.. 이상한 상전 하나를 모시고, 우리는 맥도날드를 갔다. 거기는 24시간 영업이였다. 아마 지금도 있을 거고, 24시간일 거다. 맥도날드에 들어선 우리는 이상한 조합이였다. 검은 마이에 정장 차림 비슷한 나와, 캐주얼의 남자애와, 하의 실종인 검은 가죽 자켓의 화장 진한 여자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그 얘는 먹고 싶은 거 많이 시켰다. 가게 종업원 여자애에게 말하는 투가 싸가지 없었다. "야, 나 이거 이거 줘." 성룡이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얘를 데려다 테이블에서 세명이 같이 먹었는데, 참 얘 하나 밥 먹이기 힘들다 싶었다. 그 애는 기억에 정확하진 않지만, 성룡이나 나 둘중의 한명 핸드폰을 뺏다시피 가져가선 유투브를 켜고, 이상한 락 음악을 크게 켰다. 우리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있었는데. 민폐였던 것 같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애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 먹을 무렵, 나는 성룡이와 얘기했다. 그럼 이 얘 데리고 찜질방 가자. 그 얘는 먹다 말고, 말에 껴들었다. 나 안가. 또 시작이야? 얜 왜 그래. 야 찜질방 가자고. 안 그럼 어디 가게? 그 여자애는 나를 뻔히 보더니. 모텔. 왜 모텔을 가? 비싼데. 그리고 왜 모텔을 가. 그냥 찜질방 가. 나 안가. 너희 잘 가. 또 우리보러 가란다.  되게 짜증이 났다. 그 애는 성룡이를 가리키며, 쟤 집으로 보내. 쟤 집으로 가지 않으면, 나 안 따라가. 왜 쟤를 보내? 쟤 집으로 가라 그래. 황당했다. 쟤 집으로 보내서 어쩌라고. 난 모텔 갈꺼야. 거기서 씻고 잘 꺼야. ... 뭐지. 이건 뭐지. 나는 성룡이와 밖에서 대화를 했다. 저 기집애가 너 가라고 계속 그러는 데. 뭐야. 응. 너랑 있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뭐. 뭐지. 이건. 회현아. 네가 그렇게 안 하면 재 갈 것 같으니까 나 집에 갈께. 너 알아서 잘 할꺼야. 난 널 믿어. 화이팅! 응? 이건 뭐지... .... 그 얘를 데리고 부평역 광장에 서 있었다. 잘 있어. 회현아, 수고해. 이따 연락할께. 그리고 떠났다. 내 친구는   

Posted by 상실의 시대에 사랑을 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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