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환상적인 가화의 모습 : 환상속 밤, 꿈속
가화)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꿈과 현실의 중간에 있어. 그런 거야. 나는 이럴 때가 좋아. 이런 애매한 곳에서 떠돌고 있는 게. 그래. 좀 더. 이대로...
S#2 그림자 속의 늙은가화 & 회현 : 현실 병원 침대, 낮
회현) 할매. 할매. 정신 들어?
늙은가화 대답이 없다
회현) 할매~ 안들려? 할매~ 안들리냐구?
늙은가화) 현중이..? 현중이..?
회현) 할매. (손가락을 흔들며) 이거 몇 개야? 이거 몇 개야?
늙은가화) 현중이..?
회현) 할매. 정신 차려. 나야 나 회현이라고. 할머니 손자.
늙은가화) 현중이 맞지..
회현) 100살을 넘었더니, 뇌도 이제 오래된 컴퓨터처럼 가는 건가.. 할매~ 할매~
늙은가화) 현중씨 오랜만이에요
회현) 아니, 내가 뭐 할아버지도 아니고, 왜 자꾸 나를 그렇게 불러? 난 할아버지
본 적도 없어. 예전에는 그리 닮았다고 하더만. 설마.. 할매 치매는 아니겄지?
늙은가화) 현중씨 이렇게 젊어서 왔네요.
회현) 할매. 아휴... 그래. 좋기도 하겠다. 과거 일찍 죽은 할배가 이렇게 젊어서 다시
나타나니 이런 기적이 어딨어.
늙은가화) 현중씨 말고도 옆에 우리 아부지, 어머니, 재성이, 재일이도 왔네요.
회현) 할머니, 저 사람들이 다 보여? 사람들이 막 보이는 거야?
늙은가화) 현중씨. 오랜만이네요.
S#3 80년전 현중과 가화 : 6.25 전쟁 시작 즈음, 낮
현중) 가화야~! 가화야~!
가화) 오빠~! 여기야-
현중) 허어.. 여깄었구나;; 진짜 연락이 안되서 죽는 줄 알았잖아. 진짜 걱정 많이 했었어
가화) 오빠. 엄마가 난리야. 얼른 피난가자고
현중) 그래서 너는 어디쪽으로 피난가게?
가화) 일단 부산쪽으로 가자고 하시는데.. 그럼 우리 소학교는. 교회는/
현중) 언제 떠나신대?
가화) 이제 곧 떠날 거야. 오빠네 가족은?
현중) ...
가화) 오빠는?!
현중) 부모님은 여기 계시겠데..
가화) 왜 피난 안가고? 빨갱이들이 몰려온데-!
현중) 몰라-. 몰라-
가화) 그럼 오빠는?
현중) 나는... 징집됐어. 이제 곧 가야되.
가화) 오빠
현중) 몰라. 남학생들은 다 징집됐어. 오빠도... 이제 떠나야되.
가화) 오빠...
현중)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
가화) 오빠...살아서 만날 수 있겠지?
현중) 바보야. 꼭 다시 만날 거야. 그래서 너한테 다시 한번 고백할 거야.
가화) 오빠... 꼭 살아서 와야해. 꼭.. 그래서 나한테 한번만 더 꽃다발을 만들어줘
현중) 잘 있어.
가화) 오빠..
S#4 시간이 흐른 후 현중과 가화 : 환상속, 밤
가화) 그렇게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나는 그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살아돌아왔고
우리는 결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살았지만, 제게는 죽은 사람이였습니다.
현중 술에 잔뜩 취해 등장
현중) 야이 썅년아 어딨어? 이혼하자니까. 왜 도장을 안찍어? 이년아.
현중 가화를 못찾아, 헤멘다.
현중) 어딨어? 어딘가거야 썅년아? 내가 무서워 도망갔나? 하하하
가화) 여보. 많이 취하셨어요. 밤이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 주무세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니까...
현중) 썅년아. 어딨냐고! 오늘 결판을 내자니까!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다고. 나도 좀 살자.
법이 뭔데 씨발. 왜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새로 생겼다는데, 지네가 뭔데 지랄이냐고.
가화) 나는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이 미워요. 나를 사랑했던 당신이 미워요
현중) 어딨어 썅년아~ 어딨어~!
현중 찾아 헤메이며, 다른 곳으로 나간다.
S#5 처음으로 돌아온 가화 – 꿈꾸던 남자를 만나다 : 환상속, 밤
가화)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꿈과 현실의 중간에 있어. 그런 거야. 나는 이럴 때가 좋아. 이런 애매한 곳에서 떠돌고 있는 게. 그래 좀 더.
가화 퇴장하고,
처음 의상을 입는 동안
영상) 과거 아기, 처녀, 가족, 다시 혼자인 중년 여자, 할머니 사진 영상
가화) 다시 여기로... 혼자군... 멍청이. 당연한 걸 왜 일부러 생각하는 건지. 안 가고 있네. 아직 하나. 미련일 뿐이야.
지겹다
신이여 기다려주시옵소서. 언제까지나 허물을 벗지 못하는 매미는 슬픕니다.
회현 촛불을 들고 들어 온다. 촛불을 두고, 소주를 따라서, 잔을 채운 후 앞에 둔다.
회현) 할매, 나 왔어. 할매 그래도 손자 손녀 중에 나밖에 없지?
참 할매. 거기서는 잘 있겠지? 거기서 나 보여?
(손가락들을 좌우로 흔든다) 내가 이렇게 손가락 흔드는 것도 보이나?
할매 나 다르게 살려고 많이 노력했어
나도 다 들어서 알어. 할매 얼마나 고생 많이 했는지.
할매. 수고 많았어. 쉽지 않았겠어
할매. 알지? 할매가 걱정했던 것처럼
나~ 할배나 아빠처럼 살지 않았어.
술도 거의 안먹고, 내 여자한테도 잘해주고.
할매 잘 지내. 나도 언젠가 늙어서, 쭈글쭈글 해질테니까.
거기서 잘 있어.
가화) 봄이 오네 봄이 와
언젠가 떠나요
지나온 꿈들은
봄 눈 속에 사라지고
봄이 오네 봄이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