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흐른다.

 

나는 과거를 잘 기억하는 기프트를 받았다.

 

과거 일들이 나에겐 생생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그래서 생각한다.

 

그 과거가. 그들이. 우리들이.

 

 

그래서 나는 현재를 더 열심히 살려고 한다.

 

어떻게든 현재를 붙잡으려고 한다.

 

흐르는 강물에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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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C는 성룡이가 있는 피시방으로 갔다. 그곳에 성룡이는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다. C는 내게 화를 냈다. 너때문이야. 너때문. 다 너 때문에 망쳤어. C는 짜증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C와 맞서지 않았다. 그냥 '게임이나 할래?' 이런 식이였다. 그러나 C는 내가 너랑 왜 해? 하곤,  계속 입으로 뭔가 씨부렁 댔다. 우리 셋은 중학교 동창이였고, 성룡이가 유일한 알바였기 때문에 우리는 편히 있었다. 나는 C에게 계속 뭔가 소리를 들었다. 그냥 나는 넘겼다. 그래도 '우정'이라는 게 남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그 애 입장에선 내가 자기 일을 망친것이 아닌가. 그러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첫 차를 타고 우리는 피시방을 떠났다. 그 첫 차 안에서도 나는 끊임없는 불평을 들었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였어도 내가 걔를 연락처를 따서, 한국 들어 올 때마다 연락해서 델꼬 놀려고 했는데... 나는 미안하단 말은 결국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왜 미안해?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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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는 그 주 이 일을 교회 사람들한테 말했다. 누나는 내가 걱정됐는지. 회현아, 그 여자애한테 연락오면, 받지 마. 너한테 뭐 할지도 모르잖아. 나는 쓸데 없는 오지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아버지한테 이 여자애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난감하리라는 생각은 했다. 그리고 연락은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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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5년이 지났다.

 

나는 그 C와 그 날 이후, 한번도 연락하지 못했다. 만나지도 못했다.

C는 아마 평생 나를 못 볼것이다 싶었다. 자기 결혼식에 나를 초대하면, 내가 그 일을 아내에게 말하면, 과연 그 결혼은 될 수 있을까? 미국 가서는 좀 정신을 차렸을까? 교회 다닌단 놈이 그런 짓을 한게 말이 되는가? 걔 기독교인 맞어?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교회 다닌다며, 이 여자 저 여자 후리고 다니고, 임신시키고, 버리고. 뭐 그런 놈들 있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남자애들 '좋은 남자' '좋은 사람' '좋은 오빠'라고 믿으며, 안기길 원하는 여자애들 있는 것도 안다.

 

한심하다.

 

뭐지. 이 상황은.

 

 

나는 그 날 '빌어먹을 우정'때문에 '빌어먹을 의리' 때문에, 내 신앙과 양심을 버리고 여자를 보쌈할 수 있었다. 내가 그 상황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그 기도 때문이였다 믿는다.  나는 싸우지 않았다. 나도 21살 혈기 왕성한 남자였다. 그리고 내 앞엔 취할 수 있는 떡실신 미녀가 있었다. 그리고 내 친구는 내게 '우정' 이라는 관계로 이 일을 내가 못 막게 하려 했다. 같이 참여하게 하려 했다. 미친.

 

 주의 은혜 덕분에 나는 내가 한 일 중 가장 영광스러운 일 중 하나를 했다 믿는다.

 

 

그 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은 30이 됐겠구나. 그 때 인생이 달라졌을까? 감히 그렇게 바래본다.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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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술 취하면 패망한다 말은 언제나 100%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술 취하면 패망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겪었다. 그러지 말길. 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우정'과 '의리'라는 이름하에 친구의 잘못과 욕정과 범죄를 눈 감은 수 많은 청소년들과 인간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또 지가 교회 다닌다고 말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당신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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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며, 느끼는 건데.

 

성룡아. 정말 내게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뭐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2012년에 비공개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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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도를 마치자 마자 바로 뛰어내려갔다. 속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C는 여자에 붙어 있었다. 야. 너 왜 이리 빨리 내려 왔어. 좀 이따가 와. 하는 C에게 말했다. 야. 나와. 시간 줬고, 난 이 얘 돌려보내야 겠어.

 

나는 C와 말 같지도 않은 말다툼을 했다.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 그니까. 우리 한번만 저 DVD방 가자. 진짜 재밌을 꺼야. 무슨 소리야? 너 교회다니지 않아? 응 다니는데 왜? 야. 할말이 없었다. 미국은 원래 그래. 신앙과 별개야. 섹스는. 나는 할말도 없었다.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 뺨을 쳤다. 거칠었다. 야. 너 안 일어나? 너 여기가 어딘 지 알아? 너 누구야? C는 조금 물러났다. 나는 가방을 뒤졌다. 니 누구야? 나는 지갑을 열어 얘를 확인했다. 25살... 인천 거주. 이름은... 우리보다 4살이 많았다. 야.  일어나냐고. 잘거면 집에 가서자! 나는 다시 한번 뺨을 쳤다.

 

 으응? 이 여자애는 정신이 어느 정도 차려지는 것 같았다. 이 여자애는 이제 동공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C는 일어나서 나를 안좋게 쳐다보고 있었다. 사탄의 눈 같았다. 나는 그걸 무시하고, 여자애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너 누구냐고. 왜 여기서 자는데. 너 집에 안가? 넌 집도 없어? 이 여자애는 모르겠다. 그 때 아까 Z와 C가 했던 행위들이 조금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있나? 뭔지 모르겠는데. 멀리 서서 안좋게 쳐다보고 있는 C보다 나를 믿었다. 오빤 누구세요? 내게 물었다. 니 왜 이렇게 술 취해 있냐고. 너 부모님이 걱정 안하냐? 여자애는 술이 조금씩 깨고 있었다. 오빠 맞죠? 그래 나 니 오빠다. 나이는 4말이 어렸지만,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냐. 얘는 자기 가방을 뒤졌다. 뭔가 없는 눈치였다. 내 핸드폰! 내 핸드폰 찾아줘, 오빠. 나 핸드폰 잃어버렸어. 이건 또 무슨 말야. 어느 때인가. 여자애는 나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C는 그것을 안좋게만 쳐다보고 있었다. 저 오빤 누구야? 안녕. C는 인사했다. 오빠 몇살이야? 나한테 물었다. 나는 27살이라고 했다. 그 떄는 지금보다 더 삭아 있었다. 나는 C와 나를 연관시키고 싶지 않았다. C는 묻지도 않은 자기 소개를 했다. 나는 얘 친구야. 오빠는 27 아닌것 같은데? 나보다 얫된 얼굴 C에게 한 말이였다. C는 반지를 내밀었다. 야. 봐바. ROTC 반지. 보이지?

 

 지나가던 ROTC가 웃겠다. 내 아버지가 ROTC 출신이신데, 지가 진짜 ROTC 앞에서 그럴 수 있나 웃겼다. 여자애는 C를 조금 멀리했다. 나에게 물었다. 오빠. 내 핸드폰 없어졌어. 나는 황당했다. 얘는 뭐지.  근데 나는 이 상황이 싫었다. 공간도 싫었다. DVD 방과 1층 사이의 중간 계단.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야 C의 공간에서 벗어나는 거라 여겼다. 알았어. 찾아 줄께. 황당하게 나는 여자애와 핸드폰을 찾으러 나섰다. 뭐 술도 깨울겸 좋지. C는 우리가 일어서서 가자, 옆에 따라 붙었다. 남자-여자-남자로 걸으려 C는 노력했으나, 나는 싫었다. 그리고 여자애는 내게만 말 걸었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여자는 자기가 갔던 술집들을 하나 하나 안내하기 시작했다. 횟집도 있었고, 지하에 있는 술집도 있었다. 너 누구랑 술 먹었어? 응. 친구들. 남자야 여자야? 여자. 나는 들으면서 황당했다. 자기 친구들은 '친구들'이 맞는거야? 정말 '친구'맞아? 친구라는 것들이 얘가 이렇게 술취해서 길거리에서 보쌈당했는데. 이걸 놔두고 간 년들은 옳은 년들이야? 나는 화났다. 야, 그년들이 네 친구 맞아? 야. 아까 니 어떻게 있었는지 알아? 완전 술이 떡이 되가지고, 벽에 침대처럼 하고 있더라. 그 년들 친구라고 부르지도 마라. 우리는 결국 핸드폰을 못 찾았다. C는 그냥 옆으로 걸으며, 말에 대답하려 했지만, 여자애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나. 지난 번 잃어버린 할부금도 못갚았는데... 또 잃어버렸어. 어떻게 하며 울상을 지었다. 슬퍼보였다. 오빠 나 다리 아파. 조금 쉬면 안될까? 그래. 뭐. 나는 어짜피 별 생각 없었다. 지금도 부평역에 빠리바게뜨가 그 위치에 남아있는지 모르겠는데. 새벽 2시 정도에 열어 있었다. 우리는 그 옆 불 꺼진 가게 앞 나무 발판에 앉았다. C는 여전히 우리 주위를 멤돌았다. 나는 C를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우리 주변으로 보도방 여자들로 보이는 창녀들이 큰 스타렉스에서 내리더니, 다 같이 웃으며 우리들을 귀엽다는 식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웃으며 지나쳤다.

 

 야. 너 말해봐. 너 뭐해? 나는 궁금했다. 이 예쁜 누나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뭐 하고 사는 지도 궁금했다. 응. 오빠. 나. 알바해. 편의점에서. 너 25살인데 편의점 에서 알바해? 너 여기서 고등학교 나왔어? 어. XX상고. 상고를 나와서 취직도 안되고, 그래서 알바를 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상고 사람들은 이렇게 도덕적으로 문란하고, 취약한가도 싶었다. 너 집 어디야? 응 나 집, 주안. 그럼 너 택시타고 집 가.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 마침 파리바께뜨가 열어 있었다. 오빠. 내가 오빠에게 먹을 거 사줄께. 나 배고파. 뭐.. 나는 21살 인데, 27살로 되어, 여자 동생을 얻어 키우는 것 같았다. 그 애는 알까... 내가 21살이였단 거. 우리는 같이 파리바게뜨로 들어갔다. 나는 C가 뻔뻔하게 왜 우리를 따라오는지. 또 다른 한편으론 그래도 말야... 우리 친군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게 뭐냐.

 

 그 여자애는 자기 돈으로 내게 빵과 음료수를 사줬다. 다시 그곳에 앉아 이야기 했다. 오빠가 처음이야. 나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나를 이렇게 살려준거... 듣고 있으니, 대충 알겠다 싶었다. 그러니까 너가 이렇게 전에도 취해 있었는데, 애들이 남자들이 너를 데려갔어? 어. 나는 황당했다. 뭐 이런 씨팔. 조같은 세상이 있나 싶었다. 그럼 지금까지 남자들 중에 너를 보내준 애는 내가 처음인거야? 응. 오빠가 처음이야. 살려준 거. 고마워. 나는 마음이 짠 했다. 한편으론 매우 화가 치밀었다. 이 세상에 대해. 남자들에 대해. 병신아. 니 그러니까 술 그렇게 처먹지 마. 그리고 그것들은 네 친구라고 하지도 마. 그게 네 친구냐? 그렇게 친구가 없어?

 

 여자애는 나를 쳐다봤다. 따뜻한 시선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오빠 핸드폰 빌려줘. 왜? 나 남자친구에게 전화하게. 야. 너 남자친구 있어? 어. 있어. 걔네 집에 가게. 니 남자친구는 어디 사는데? 천천동. 황당했다. 니 남자친구는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알긴 하냐? 걔 남자친구 맞아? 응 맞아. 황당이 또 겹쳤다. 자기 여자친구를 아끼지 않는 놈은 뭐고. 남자친구 있는데, 이렇게 술을 쳐 마시고 보쌈당해왔던 여자애는 뭐고... 다 싫고, 짜증났다. 남자친구랑 통화했다.

 

 오빠 나 이제 가야 겠어. C는 우리 주변에서 보고 있었는데, 이젠 말걸기 시도를 잘 안 했다. 여자는 일어났다. 나는 여자의 옷 매무새를 만져 주었다. 야. 너 다음에는 이렇게 술 처먹지 마. 진짜 그러지 마. 알았어 오빠.

 

 나는 그 얘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나는 얼마전에 롯데 제과를 그만둔 상태였다. 너 혹시... 일이 필요하면... 오빠한테 연락해. 니 남자친구 한테 연락처 있을 꺼야.

 

C가 껴들었다. 야. 얘 아빠가 롯데 이사야.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롯데 이사로 있었다. 나는 잘난 아빠 덕분에. 아니 내 부도덕함 탓에.  일은 안하면서, 120만원을 받는 나쁜 아들, 말단 직원을 했었다. 그것을 관둔 지 반년이였다.

 

 나는 여자애를 택시에 보냈다. 나는 택시 기사 아저씨를 무섭게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애 잘 데려다 주시고요. 무슨 일 생기면 죽습니다. 번호 외워놨어요. 나한테 잘못도 없던 택시기사 한테 욕해서 지금도 미안하긴 한데. 자랑스러운 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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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겨울. 부평역 앞에서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4년만이였다. 우리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돈까스를 시켜먹고... C에게 "잘 가라.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잘 될거다."란 편지를 Z와 쓰고. 그 집 앞에 꽃아둔 후 시간의 길이다. 그것은 내 중 3때 추억이였다. 우리는 중 3 내내 붙어다녔다. 특히 Z와 나는 단짝 친구였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4년 동안 쓰지 않아 왔었다. 블로그에 공개하지 않아 왔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숨겨져 왔던 것들이, 감춰져 왔던 것들이 빛을 보게 되어 있다.

 

 오늘의 이야기가 그렇다. 왜냐면 이것은 당신들을 위한 글이자. 나의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작하자.

 

 나는 인천에서 목동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과학고를 떨어지고, 목동으로나마 고등학교를 가게 된 것이였다.

 

 C는 힘 쎈 애들의 Brother가 되고 싶어 했던 애였다. 그러나 덩치가 크지 않고, 돈이 많고, 심지가 굳지 못해 일진들은 그 애를 자기들의 셔틀로 이용했다. "돈을 달라." "빵 사와라." "너 돈 좀 없냐?" 이랬다. 그러다 졸업한 직후에 미국으로 유학갔다.

 

 Z는 전형적인 말라깽이 찌질이였다. 공부도 적당히 하고. 너무 말라 힘은 없으면서 욕은 참 잘해서 애들에게 깝치다 잘 맞았다. 물론 밉상 캐릭터는 아니였고, 마른 몸에 어울리지 않게 잘 까불어대서 많이 맞았다.

 

 나는 이 애들의 대장격이였나...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진은 아니였으나, 싸움을 잘했고, 운동도 많이 했고, 당시에는 키가 큰 편이였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에 올라가면, 일진이 될 것 같은 애로 1순위로 뽑힌 게 나였었다... 물론 전혀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완전히 공부만 하는 얘로 바뀌어 있었고, 과거 다른 학교 애들과 우리 학교 애들을 때리고 다녔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중학교 양아치 애들 덕분에... 편히 학교 생활을 했던 것이다. 나는 Z와 단짝이였고, 항상 그 얘네 집에서 밥과 우유를 얻어 먹었다. 그러다 C가 많이 불쌍해, 우리 모임에 끼워 주었다. 그렇게 3명은 특이한 팸 이였다.

 

 그것이 4년만에 다시 모인 것이였다.

 

 우리는 고기를 구워 술을 먹는 어른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두리를 보며 킬킬대던 Z는 여고생을 꼬셨다가 자고 하다가, 얼마전에 차 버렸다고 했다. C는 커다란 허우대 뒤의 욕심많은 고블린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들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나는 모든 실패들을 겪다가... 이제야 숭실대 수학과에 다니게 된 한 때 잘나갔던 '실패자' / 종교에 미쳤다가 이제야 정상 비슷하게 돌아온 불쌍한 놈으로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그랬다.

 

 부평역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대패삼겹살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소주를 마셨다. 그러면서 과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다. 너는 어떻느녜. 너는 어떻느녜. 그 때 너는 어떻게 했느녜. 병신아. 니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병신 새끼 ㅋㅋㅋ 이런 대화들이였다. 그리고 현재 어떻게 사는지 뭐 그런 같은 '아주 보통의 추억 더듬기. 아마 그런 거 였다.

 

 재밌었다.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 보는 것도 그렇고. 이 얘들과 중학생 떄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그렇고. 아 과거를 이렇게 보고 있었구나...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예상치 못한 '서로 다른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듣고 있으며 '사람마다 같은 시간을 이리도 다르게 기억하고 있구나.' 또 책에서 보던걸 되뇌었을 뿐이다. 암튼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 얘들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였다.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밖은 역시 부평 밤 스트릿 이였다. 관광 나이트 - 보스 나이트 쌍두 마차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는 온갖 DVD방들이, 그리고 모텔들이 포진해 있고, 그 바깥에는 방석집들과 야한 술집들. 그리고 키스방들과 안마방들이 구석구석에 존재했다. 부평은 그런 곳이다.

 

 우리는 순진했다. 중학생 땐. Z는 하두리 보며 웃어대던 놈이였고. C는 여자 얘기 조차 어설프게 꺼내며, 양아치인척 하려 하지만 역시 얘기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였다. 나는 뭐. 그냥 평범했다. 시간은 흘러 4년 짧은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성인'이 되어 버렸던 거다.  근데 그것에 변하지 않은 것은 나뿐이였나... 이런 생각. 미친 생각도 든다.

 

 내일 C는 미국에 출국 비행기를 타야 한다. 미국 어디 대학교에 붙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 얘는 자기 대학교가 미국 서열 몇 위 라느니. (50위쯤 했다.) 이것이 서울대보다 낫지 않냐느니. 그래 너가 더 낫다. C는 여전히 허풍과 시덥지 않은 세상 것 자랑을 하며,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 안에 열등감 많고,  탐욕 많은 어린애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무의식의 충동질. 그건 애가 때쓰는 거다.

 

 우리는 곧 헤어질 생각이였다. Z도 자기가 이번에 성적이 제대로 안 나와서, 집에 12시 전에 들어오지 않으면, 용돈을 주지 않는 다고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떡하지... 뭐 나도 집에 가야지 했다. 이 앞에 PC방에 다른 친구 놈 '성룡'이가 알바를 하고 있어 몇번 밤을 새본적이 있어서, 거기서 자면 됐다. 시간은 12시가 다 돼 갔다. 그러다 문제는 터졌다.

 

 한 여자가 발견된 것이였다. 떡실신 / 술에 완전히 취한 / 벽이 자꾸만 온몸을 비벼대며 / 정신을 못차리는 / '예쁘고 육감적인 여자'가 있었다.

 

그곳은 부평 거리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고 지나쳤다. 이 표현에는 '소수'가 있다는 거다. 하필이면 C와 Z였다. 이 얘들은 이 여자를 두고가지 못했다. 아주 바른 청년들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서 집으로 귀가를 안전하게 시켜주려 그랬다.가 아니였다.

 

 야, 얘 뭐냐. 술 떡이 됐는데ㅋㅋ 야. 정신차려. 하면서 C는 여자의 뺨을 툭툭 치며 주변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관심을 갖나 눈치를 살폈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갔다. 야. 애 완전히 취했는데. 야 내 말 들려? 얘 예쁜데. 오호. 야. 내 말 안들려? 회현아. 얘 왜 이러냐? 왜 혼자 있는 거지?ㅋㅋ C가 말했다. 야. 우리 얘 델꼬 놀자. Z는 아까부터 웃고 있었다. 나는 표정이 굳었다. 야. 얘 너무 취했는데, 집에 돌려보내야 하는 거 아냐? 야. 왜 그래.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 하면서 Z는 여자에게 키스를 했다. 머리째를 붙잡은 채. 이 여자는 신음을 냈다. 그래도 아무도 길거리에서 우리를 주목하지 않았다. 어때? 맛있어? C는 물었다. 야 우리 데리고 들어가자. 건물 입구였다. 나는 말렸다. 야. 너 Z. 집에 들어가야 하지 않아? 너 엄마가 너 기다린다며. 너 빨리 들어가야 한다며. 그리고 C 넌. 내일 미국 가야 하는 거 아냐? 얘 빨리 집에 보내자. 그만 하고. 보내자.

 

 Z는 아쉬운지, 여자한테 키스를 했다. 여자는 완전히 술에 취해 거부할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우리를 말리지 않았다. Z는 집에 갔다. 엄마 한테 나 죽어서 가봐야 될 것 같아. 야. 존내 아쉽네. 아 진짜. 이러면서 Z는 택시 타고 집으로 갔다. 찌질이 새끼.

 

 회현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나는 표정이 굳어 아까부터 그냥 보고 있었다. C가 조금 내 눈치를 봤다. 야. 얘 이렇게 취해갔곤 택시도 못타.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만 얘 술 깰때까지 만 기다려줬다가 보내면 되잖아. 응? 나는 황당했다. 바로 2층에는 DVD방이 있었다.

 

여러분은 내가 왜 이리 얘들과 치고 박고 싸우지 않는지 뭔 비겁자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내 상황이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것도 21살 혈기의 남자라면. 얘들은 내 불알친구들이다. 그리고 4년만에 만났다. 그런데, 얘들은 내 신앙과 반대된 행동을 하려 한다. 그리고 나를 꼬드긴다. 무작정 치고 받고 싸우기에는 '우리에겐 우정'이 있었다. 그리고... C는 나보다 덩치가 많이 컸고, 힘도 쎈 것 같았다. 미국에서 미식축구를 하다 온 얘다. 자기가 찌질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일진들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양키들과 부딪히다 온 얘였다. 그리고 자기 허세를 하려 21살짜리가 ROTC 반지 짝을 끼고 다니던 놈이다. 나는 어떻게 껴들어야 할 지  정확한 판단이 안 되었다. 그게 '우정이란 이름으로 악행을 같이 저지르고, 눈 감아주는' '의리'였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았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C보다 작았다. 당황스런 상황이였다. 여자 친구 한번 없었던 나와 달리 C와 Z는 4년 동안 여자들과 많이 자 왔었다. 여자 맛을 아는 애들이였다. 그런데 C는 Z가 여자에게 키스하며 흘리던 신음을 듣고, 또 그 여자의 몸을 보고 흥분한 상태였다. 남자는 여자에 흥분하면 힘이 쎄진다. 그리고 얘는 술을 먹는 상태였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C가 여자를 데리고 들어갔다. 건물 안이였다. 2층은 DVD 방이 있었다. 나는 C를 막았다. 회현아. 우리 DVD 방에서 쉬었다 가자. 둘이 하자. 되게 재밌을 꺼야. 응? 지금 생각해보니 다행인건 C는 나를 되게 쎈 애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중학생 때  운동부 애들도 나를 잘 안 건들였고, 내가 C를 데리고 다녔었기에, 지금은 몸이 작아도 C는 조금 내 눈치를 봤다. 그래서 다행이였다. 야. C. 얘 술깨면 택시태워 보내겠다매. 우리가 실갱이 하면서도, C는 여자를 이리저리 더듬었다. 여자는 신음을 냈다. 미친년. 지 앞 가림이나 하지.  C는 계속 흥분해갔다. 그러나 나는 물러나지 않았다. 무슨 용기였는진 모르겠다.

 

 회현아. 나 잠시만. 너 딴데에 가 있어라. 응? 부탁이야. 잠시만. 아주 잠시만. 뭐 하자는 거지? 잠시 뭐 하자는 거지? 나는 생각했다. 잠시만 가 있으면, 이 얘 보내주자. 잠시만.. C의 눈빛은 애처로 웠다. 뭐지... 나는 다 알았다. 내가 가면, 이 애는 여자에게 막 키스하며, 애무하리라. 그 애는 흥분해 있었다. 우리 옆으로 DVD 방에서 걸아 나오는 커플이 있었고, DVD 방으로 들어가는 커플이 있었다. 다 우리 또래들이였다.

 

 나는 외로웠다. 이 상황이 외로웠다. 아마. 큰 고비를 앞두고도 물러나지 못하는 자의 심정이 이러할 건가. 나는 외로웠다. 잠시만... 잠시만.. 아주 잠시야. 나 다시 돌아올꺼야. 그러고 나는 위 층으로 올라갔다.

 

 밑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나는 걱정됐다. '이 빌어먹을 놈의 우정, 내가 C보다 약한 것, 의리' 이런 병신 것들이 나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아니, 사실 그것도 있었지만, 나는 기도하고 싶었다. 나는 C와 싸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기도하러 간 것이였다... 물론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뭐 미친 놈이 다 있나 싶을 수 있지만... 나도 21살 혈기였다. 여자를 정말로 안고 싶은 남자였다. 내 앞에 실신한 체 취해버린 여자가 있다. 저항도 없다. 내 불알 친구는 그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이 부평 거리와 내 친구와 그리고 우정과 의리 모든 것에 맞서야 한다. 그래서 기도하러 갔다.

 

 주님.

 정말 짜증납니다.

 힘듭니다.

 저 자신도 힘들고.

 이 상황도 힘듭니다.

 제가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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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속한 팀인 물푸레나무로 가려고 보니까, 그 애의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다. 얘를 만난 건 12시가 넘어서였으니까, 그려러니 싶었는데. 초저녁에 얘는 문자 그대로 하의 실종이였다. 룸쌀롱 옷이 그렇지 뭐. 속옷 같은 것만 입혀 논 것이다. 이런 애를 옆에 데리고 부천까지 가려니. 길이 아득했다. 그리고 이 여자애를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하려면, 옷 한벌 사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얘를 부평 지하 상가로 데리고 갔다.

 

 그건 내 실수였다. 내 잘못이였다 말하고 싶다. 그냥 택시를 타고, 물푸레나무로 가야 됐었는데... 괜히 밤의 여자를, 이 낮의 세계로 너무 쉽게 끌어왔다는 생각이다.  나는 가출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봤고, 성매매 가출청소년들을 여러 가지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대했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밤의 여자애가 낮의 세계에 그냥 그대로 들어온 것에 당황하고, 강한 반응들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모두 우리에게 주목했다. 나는 정상적으로 입고 있는 남자였지만, 여자애는 하의 실종이 가시들이 달린 가죽 옷에. 진한 화장에... 그런 패션은 나도 첨이였고, TV에 나올듯 한 것이였는데. 정말 하의실종이여서 문제가 됐다. 아줌마들이 달려와선, 이 얘를 가려다가 어이 총각. 여자친구를 이렇게 두면 어떻게. 예?.. 옷 사주려고 왔어요. 그런데 이 얘가 원하는 옷을 사는 것은 1시간이 걸렸다. 아니 더 오래 걸렸다.. 그 동안 나는 맨탈이 붕괴됐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이 얘를 계속 쳐다보고. 특히 남자 이 수컷들은 계속 쳐다보고 여자친구랑 있어도 계속 보는 것이였다. 내 주위로 계속 쑥덕 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나도 힘들었고, 그 얘도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힘들단 말은 안했지만...

 

 이 여자애는 수수하고, 순수한 옷보다는  혹은 유행하거나, 예쁜 옷보다는. 그냥 무대 의상을 갖고 싶어 했다. 여기서 말하는 무대는 공연 무대가 아니라. 나이트, 클럽. 룸쌀롱. 이다. 그런 것을 부평 지하상가에서 팔리는 없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없었다. 가장 자극적인 의상들을 파는 곳에 가도, 그 얘는 만족하지 못했다. 나는 털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았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랬다. 그 애는 그곳에서도 나를 하대했다. 나는 비위를 맞추느라, 사람들의 비난과 여러 시선들에 태어나 새로운 경험들을 했다. 그러면서 이 얘와 내가 얼마나 다르게 살아왔는지 영혼 깊이 알게 되었다.  그 여자애에게 억지로 11만원 짜리 옷을 입혔다. 흰, 꽃이 그려진 예쁜 옷이였다. 그래도 아주 짧았다. 그러나 그것은 옷이였다.  이제 거리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은 9시.

 

 우리는 부천역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 힘들게 타서, 갔다. 삥 도는 버스였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애와 나는 다른 자리에 앉았다. 나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저 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푸레에 갖다 놓으면, 사모님은 내게 니가 책임지라고 하실 것이고, 나는 이제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저 애를 사모님이 안받아주신다 하면 어떡하지, 우리 집은 반지하다. 이혼 소송중이다. 우리는 돈이 없다.  돈이 없다. 나는 혼자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여 수학과외를 알아 봤지만, 구해지지 않았다. 몇번을 시도했다. 그래도 안됐다. 근데, 저 얘를 뭔가 도와주려면, 내게 돈이 필요했다. 어쩌면... 저 애를 사모님이 안 받아주시면, 시설에도 안 들어가지면... 내가 키워야 될 수도 있는데... 고시원만 잡아도 30만원이고. 식비. 여러가지 비용을 더하면 70만원이다. 당장 나는 내 돈도 없다.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하... 일단 가서 보자. 뭐 대책이 있겠지. 그 애는 버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시 쯤에서야 우리는 부천에 도착했다. 그 전에 사모님께 연락드렸던 게 있어서, 나는 물푸레나무로 그 애를 데려 갔다. 그곳은 가출청소년들과 집안이 해체되 버려진 애들, 집안에서 포기하다시피한 중증 장애인들 을 돈 없이, 대가 없이 먹을 것과 잠잘 곳. 그리고 정부 지원을 연결해주는 교회 공동체다. 나는 그곳에서 하는 가출청소년 지원 심야식당의 팀장들을 맡았었다. 내가 이 애를 만난 것은 그 일과 같은 카테고리 안에 존재했다. 밤 10시 반에 물푸레나무 앞에 서서 전화를 드리니, 사모님께서 집에서 나오셨다. 우리는 2층으로 갔다. 그 얘는 아주 어색해 했고, 처음보는 환경이여서 쭈볏대는 눈치였다. 더군다나 이 시간에 정상적인 아줌마를 만난 것도 그 얘에겐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전날 그러니까. 여관에서 그 얘가. 내게 고양이로 앵앵댈 때, 물었었다. 너는 왜 나한테 그려려는 거야? 너는 왜? 너 왜 그래? 어? 내가 왜 널 돕냐고... 내가 왜 이 시간에 집에서 안자고 너랑 이렇게 있냐고... 왜 일까... 왜 그럴까... 나를 하나님이 보내셨다고 생각해. 너 교회 다녀 봤니? 어, 다녔었지. 예전에. 근데 교회 목사님도 나 포기했어. 포기하시더라고. 욕 하니까. 오빠는 하나님께서 보내셔서 온 거라고 생각해.

 

 2층은 게스트 하우스로, 부엌과 식탁, 방 2개, 샤워실 거실이 있었다. 우리는 식탁에 앉았다. 그 애는 내 옆에 앉았고, 내 맞은 편에는 사모님이 앉으셨다. 그 애는 긴장한 눈치였다. 나는 편안했다. 사모님이 이 얘를 불빛 아래서 보더니 그러셨다. 너 예쁘게 생겼구나, 남자애들이 좋아했겠는데. 그 여자애는 진한 화장을 하고, 항상 거울을 쳐다봤다. 사모님은 내게서 얘를 만나게 된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내가 전화로 말씀 드렸기에 다 알고 계셨다. 사모님은 그 애랑 대화를 하셨다. 경험자는 역시 뭔가 달랐다고 말하고 싶다..

사모님은 나처럼 저자세를 취하지 않으셨다. 너 몇살이니? 언제 집에 나왔어? 집에 무슨 일 있어? 뭐하다 나온 거야?

 

 나는 그 얘가 그런 질문들에, 대답하기 싫어하며, 이 자리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을 보곤 진정시키려고 했다. 괜찮아. 좋은 분이야.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그 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역시 반말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모님은 우리에게 그러셨다. 우리집에 너보다 나이가 3살 많은 언니가 살았었어. 그 얘가 갈데도 없고, 성매매 하길래 방을 주고, 밥도 주고. 교회도 나오게 했는데... 몇 일 잘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밤에 안 들어오는 거야. 수차례 그러니까 뭐하는 지 알아보니까 성매매를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하지 말라고 말도 하고, 주의를 줬는데... 그러더라고. 그래도 보낼 수가 없어서, 놔뒀는데. 어느 순간 뺑소니를 치더니. 도망쳐서 오질 않아... 너 혹시 시설 가봤니? 네 가봤어요. 어디는? 어디는? 거기는? 네 다 갖다 왔어요. 근데, 애들이 싸가지 없어서, 제 물건을 훔치더라고요. 그래서 싸우고 욕하고 나왔죠. 쫒겨나고. 다시 갈 생각 있니? 제가 거길 가요? 왜요? 저 가기 싫어요.

 

 옆에 듣고 있는 나는 초조했다. 왠지... 분위기가 안 좋게 흐르는 것 같았다. 뭐지. 이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너 이 오빠 좋지? 나를 가리키며 사모님이 말했다. 네. 좋아요. 너 이 오빠 좋아서, 여기까지 따라온거지? 네. 너 정말 다르게 살고 싶어? 다르게 살 생각 있어? 이 얘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각오가 필요한 거야. 정말 이렇게 살지 않아야 겠단 생각이 없으면, 다시 돌아가게 되.

 

 그 날 오후, 그 얘랑 부평역 지하상가로 갈 때 일이 있었다. 그 얘는 내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자꾸 떼를 썻다. 계속 하길래, 건네 주었다. 그리고 보니, 뭔 처음 보는 어플을 따운 받는데. 이상하게 회원 가입도 없고, 그냥 글을 쓸수 있는 것이였다. 그 얘가 글을 쓰고 있었다. '지금 부평 12만원. 연락바람' 나는 핸드폰을 빼앗았다. 너 뭐하는 거야? 나 용돈 좀 벌려고. 뭐라고? 잠깐 돈 벌려고. 먹을 것 사줄께. 야! 너 오빠랑 같이 있을 때, 이런 짓 하지마. 오빠 핸드폰으로 뭐하는 거야!

 

 이 오빠는 이제 대학에 들어가야 되. 가족도 있고. 너 산다면 나랑 여기서 살아야 할건데. 살래?

 

싫어.

 

그러면, 너 다시 거기로 돌아갈꺼야?

 

어.

 

끝이였다... 그리고 그 얘는 물푸레나무를 나섰다. 회현아. 너 그 얘에게 연락처 주지마.

 

이 상황은 뭐지. 뭐지...

 

뭐지...

 

네.  네라고 말하는 나는 뭐지.

 

나 부평으로 택시타고 가게 만원 줘. 만원... 이 얘는 돈이 없다. 근데, 택시비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단다...

근데 나한테 택시비를 달란다. 나는 그게 싫어, 이 얘를 데리고 있었던 건데, 나에게 택시비를 달란다.

 

그리고 미친.

 

나는 택시비를 건냈다.

 

나는 갑작스레 15분 도 안되. 이렇게 진행된 상황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니 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뭐지?

 

그래서 방으로 들어가 어두운 구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애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떻게 할 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나갔다.

 

그 애를 잡은게 아니라, 나는 배웅 했다.

 

나 부천역 앞에서 밤마다 심야식당 청개구리에 있으니까, 거기 오면 볼 수 있어.

 

뭐지.

 

미친.

 

 

내가 뭐한 거지. 그 얘는 나에게 안 나왔으면 서운 할 뻔 했어.

 

그리고 부평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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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날 뭐 했는진 기억이 없다. 물푸레에서 잤는지.

 

집으로 갔는지.

 

분명한 건.

 

 

나는 성룡이에게 그 얘가 그렇게 돌아가는 걸 택했다고 말했다는 것이고,

 

얼마 후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하나님께 죄송하다고 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모님을 미워했다는 것이고, 그러다 더 내가 미워져 스스로를 주체 못하고,

 

무릎꿇고 기도하고, 빌고. 내가 병신이구나. 나는 병신이구나. 지금까지도 자책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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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애를 여자애로써 사랑했냐 물으면, 아니다.

 

나는 내가 사랑이 아주 많고, 남들은 다 못지켜도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거다,

 

남들은 너희를 버려도, 나는 안 버리겠다 믿었었다.

 

아주 쉬웠다. 내가 틀렸다는 게 증명되는 건.

 

 

그냥. 바로.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하나님의 이름을 팔았다는 거다.

 

나 혼자 그냥 널 돕고 싶어 도왔다고 말하면 될 것을.

 

하나님을 말하면서. 그랬다가 나는 그 애가 돌아간다고 하는 것을,

 

내가 너무도 힘든 상태고.

 

그래. 나는 너를 책임질 사랑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 애를 책임지면, 내 모든 게 달라져 버린다는 두려움으로.

 

그래,. 공포와 두려움으로.

 

그 애를 놔 버렸다.

 

그냥 그 거리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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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키호테를 존경한다.

 

그 사람은 알돈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가 병신이었을 지 몰라도, 그의 마음은 진실했다.

 

끝까지 그렇게 살았다.

 

끝까지.

 

나는 산쵸다.

 

산쵸는 돈키호테를 따르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

 

자신의 가족들을 생각하고,

 

성주가 되길 꿈꾼다.

 

그래. 나는 진짜 병신이고, 산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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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후로 매일 기도했다. 본명도 모르는 그 얘가

 

구원받길. 죽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했다.

 

나는 그 때 알았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란 걸. 결코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걸을 인간이 못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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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끄러웠다. 이 글과.

 

이 글에 써 있는 내용이. 그래. 나는 그 때 내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한 건 거의 2년이 지난 지금이 처음이다.

 

이렇게 소심하고, 부족한 인간이다. 뭐지.

 

나는.

 

나는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그래. 내 이야기면 되겠다. 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자.

 

그래서 그 애들의 마음이 위로받길.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주길.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니네 욕망을 자본주의 논리로 충족시키며, 정당화 하지 말라고.

 

망가져 간 인생들이 있다고.

 

 

그렇게라도 빌고 싶었다.

 

결국 너를 버린 사람이 이 지랄이라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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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너무 격해진 느낌이다.

 

아 공부해야 하는데..

 

 

밥 먹고 공부해야지.

 

그래도 죄인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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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때문이였다. 자기가 죽을 걸 알면서,

 

자기의 인생을 희생시키면서. 남을 위해 사는 것은...

 

'생존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다.

 

性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이 말은 (성)이다.

 

타고난 것의 총칭이자, 생명의 근본인 이것을

 

파자 하면, '마음心'이 '살고자生'한다는 것이다.

 

 

그게 생명 가진 것의 본질이다. 살고자 하는 마음. 그런데 이것을

 

거스른다라... 그런데, 이것을 하신 게 그리스도 시다.

 

 

자기가 십자가에 처형 받을 걸 알고, 예루살렘으로 걸어 올라가고.

팔려나갈 걸 알며 제자들과 식사를 한다..

 

이건 상식을 거스른, 본성을 거스른 행위다.

 

 

내가 그 애가 가는 걸 못잡은 것은 내 본능 이였다.

 

'내 마음心이 살고자生 하는게, 그 애 마음이 生하는 것에 비해 소중해서'

 

나는 그 얘를 못잡고, 보낸 것이다..

 

 

 

예수님은 그렇지 않으셨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이 글을 올리겠다고 기도했었다.

 

그리고 올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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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여관과 모텔을 가게 됐다. 그 여자가 나를 데리고 간 것이지만. 그랬다. 처음엔 모텔로 갔다. 그 모텔의 위치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장미여관이니, ZEN 모텔이니. 그런 것들이 있던 기억은 난다. 그 여자애는 모텔에 내가 먼져 들어가게 하더니, 나보러 계산하라고 하고 저기 벽 뒤에 있었다. 나는 그 때 느꼈다. 이 얘는 성인이 아니구나.

 

 계산을 하고, 방을 올라가는데. 이 얘는 방에 들어와서야 안심이 된다 는 듯이 "아 이제 됐다."라며, 씻어야겠다며 옷을 그냥 벗기 시작했다. 뭐지. 나는 TV를 켰다. TV에선 역시 재미없는 케이블들이 하고 있었다. 생선을 낚시 하며, 그것을 끓여 먹는데. 매우 맛있다, 건강에 좋아지는 듯 하다. 이런 6시 내고향 같은 화면을 틀어놓고 나는 앉아 있었다. 안에서 샤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그 때 전화소리가 났다. 모텔 내선이였다. 그 애는 화장실 안에서 내게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받어. 그리고 나도 성인이라고 그래. 지금 애 화장실이라 전화 못받는 다 그러고. 니가 잘 알아서 해! 뭐지. 왜 나한테 화를 내지? 뭘까. 나는 그 얘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가 내가 있는 방으로 왔다. 그러더니 주민 검사를 해야겠다고 다짜고짜 했다. 그래. 나는 성인이니까 그냥 내밀었다. 그런데 여자애는 샤워하고 있다고, 나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아줌마는 정말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나 그 여자애는 주민증을 제가 두고 왔거든요. 저 성인 맞아요. 했다. 그러나, 그 아줌마는 민증이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쫒겨났다. 뭐지. 왜 이 얘랑 모텔을 와야 하고, 왜 이 여자애 민증이 없다고 쫒겨나야 하는지. 어... 나는 여자 경험도 없고, 생각도 없고. 교회 청년부 회장(그 당시부터 였는 가는 확실하지 않다.)을 하고 있는 데. 내가 왜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지...

 

 결국 얘는 잘 뚫려 보인다며 허름한 여관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 주인은 중년 남자였다. 우리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냥 들여보내주고, 다시는 오지 않았다. 검사하지 않았다. 그냥 들어갔다. 왜 그 애는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걸까. 부끄럽지도 않나. 나는 다시 TV를 켰다. 그냥 TV를 켜고, 그 애를 보지 않는 척 했다. 그 애는 속옷도 참 아무렇게나 던져 놨다. 속옷도 지저분했다. 그냥 바닥에 다 벗어 흩어놨다. 그 애가 다시 씻고 나왔다. 뭐해. 그냥. 안 자? 너 먼저 자. 난 아까부터 하루종일 피곤해. 나도 씻고 싶었다. 그냥 옷을 다 입은 상태에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너 들어오지 마. 그리고 문을 잠궜다. 조마조마 했다. 얘가 내가 씻고 있는데, 쳐 들어오면 어쩌지... 긴장했다. 이 문이 열리면 어쩌지.. 왜 성룡이는 나를 버리고 간 거지? 다행히 씻는 동안 아무 일 없었다. 밖에선 TV 소리가 났다.

 

 나는 씻고, 옷을 다시 입고 벨트까지 찬 채 방으로 나왔다. 머리를 말리려 고정되 있는 드라이기를 썼다. 그 여자애는 벗은 채 누워 있었다.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쇼파에 앉았다. 그 여자애는 누워서 계속 나를 보고 있었다. 뭐지. 시간이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하나님. 제게 무엇을 주시려고, 이런 상황을 주시나요.  그 때 TV가 꺼져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방은 적막했다.

 

 그 여자애는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너 안 자? 자야지. 와서 자. 뭘? 내 옆에서 자라고. 내가 왜 니 옆에서 자? 혼자 자기 침대가 넓어. 왜 거기 있어? 이리 와서 자. 내가 왜. 나랑 자자니까. 나 쇼파에서 잘 꺼야. 난 그 애가 쇼파에 붙어서 안 떨어지면 어쩔까 걱정했다.

 

 정말 잠이 안 왔다. 쇼파가 자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이런 밤도 첨 이였고. 옆에서 자꾸 말을 거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랑 자자고." 싫어. "왜 남자들은 나랑 자고 싶어하는데," 그건 걔네고. "날 갖고 싶지 않아?" 싫다니까. "너 남자냐? 너 남자맞아?" 날 도발하는 그 얘를 보면서,..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남자인데... 말 걸지마.  "너도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자, 기집애야. 나는 내내 긴장하고 있었다. 얘가 나를 쇼파로 덮치면 어떡하지... 걔는 침대에 뒹굴면서 계속 나에게 자자고 앵앵댔다. 인간의 목소리가 고양이 목소리로 변하는 것을 처음 느꼈다. 엥엥. 계속 자자고 엥엥. 처음엔 인간 목소리로 안되니까, 얘는 고양이 목소리를 냈다. 뭐지. 그러길 3시간 가까이. 내게 자자고 하다가, 지도 지쳐 잠들었다. 아침해는 떠올라 있었다.  나도 잠들었다. 일어나니 밸트는 그대로 잠겨 있었고, 쇼파에 기대어 있었다. 그 애는 나가 떨어져 있었다.

 

 여관의 허름한 모습이나, 그 창살로 이미 중천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내 어머니는 내가 뭘 하는지는 아실까. 모르실거다. 내가 별 얘기 안하고, 그냥 나왔으니까. 배가 고파서, 그 얘가 어제 사자고 졸라 대서 샀던 컵라면들 중 하나를 꺼내, 물을 끌여 먹었다.  TV를 봤다. 그 얘는 참 잠을 많이 잤다. 4시까지 잤다. 나는 어제 비가와서 젖어버린 구두를 드라이기로 열심히 말렸다. 양말도 빨아 말렸다. 엄마는 내가 뭘 하는진 알까. 성룡이는 일어났을까.

 

 언제 그 얘의 개인적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기억들을 적자면, 그 얘는 '현경'이라고 자기를 부르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그 얘의 본명을 듣지 못했다. 아마 '현경'이는 그 얘가 쫒겨났던 룸쌀롱에서 사용했던 마지막 가명이였을 것이다. 나이는 18살.  고등학생의 나이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가출해서, 1년에 잠시만 집에 들어갔다 나오고를 해왔다는 거. 가출해선 가출팸 안에서 생활들도 해보고, 성매매도 해왔고, 아는 오빠들과 동거도 해봤고, 보도방도 뛰어봤고, 지금은 룸쌀롱에서 있다가 쫒겨났다는 거... 그리고 그 쫒겨나 있는 애를 우리가 만났다는 거.

 

 그 얘는 장녀라 했다. 집은 저 북쪽 경기도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동생이 있는데, 내가 공부 잘했던 것 보다 더 잘한다고 했다. 자기는 아빠와 자기, 그리고 남동생 셋이서 살았는데. 아빠가 아프다고 했다. 엄마는 삼촌과 결혼해서. 초등학교 때 집에서 나갔다고 했다. 그후부터 그 얘는 집에서 가출한 것이였다. 세상에 벗겨진 채 7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때로는 나이트 삐기 오빠들과 자기도 했고, 이 생활중에 만난 남자친구가 그 애에게 매우 잘했었나 보다. 날 보고 그렇게 울며, 안겨서 나랑 지 전남자친구를 비교하며, 계속 앵겨댔으니.

 

 여관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가세요. 지금 5시 입니다. 얼른 나가세요. 시간 지났습니다. 나는 그 얘를 깨웠다. 일어나 빨리. 넌 왜 이리 잠이 많냐. 빨리 일어나. 생각해보니, 지금 벌써 오후 5시다. 다시 해가 지고 있었다. 그 얘를 데리고 청소년 시설을 들어가기엔 시간이 늦었다. 차라리 물푸레나무로 데려가자. 근데 그 얘는 깨워도 꺠워도  진짜 뒹굴면서 일어나지를 않았다. 야, 일어나. 여관 주인이 또 전화를 걸었다. 얼른 나가세요. 아니면 돈을 더 내시던가요. 나는 그 얘를 억지로 깨웠다. 그 얘는 또 샤워 하러 갔다. 좀 옷좀 입고 다니지. 그 얘는 내게 야. 컵라면 해놔. 그리고 커피 좀 타놓고. 나는 내가 노예인가 싶었다. 그래도 그 얘가 뭐 이렇게 잘해준 남자가 있었겠냐 싶어 다 해줬다. 씻는 것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내가 놀라운 걸 말하면, 그 얘는 절대 자기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 샤워 하기 위해 30분을 써도, 결코 얼굴을 지우지 않았다. 슬프게도.. 나는 생존전략이라 말하고 싶다. 어느 순간에도 예뻐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 얘가 겪은 세상이 강요한 삶의 방법이였다. 참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좀 씻지.

 

 그러다 그곳에서 나간게 7시다. 주인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그 여자애는 밤에 되서야 나갔다.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밤에 사는 생물체가 인간 중에서도 있다는 것. 그런 족속들이 있다는 것. 나는 아침의 사람이고, 그 얘는 밤의 사람이였던 것이다. 주인에게 돈 만원 쥐어주니까 입이 조용해졌다. 그 얘랑 다시 나는 부평역 을 걷게 되었다. 성룡이한테선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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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에도... 나는 평범한 여자가 절대 아니에요. 하는 표정에, 복장에, 눈빛의 여자였다. 그리고 딱 봐도 애였다. 그 시간은 11월, 추웠고. 비가 온 직후라. 더 춥게 느껴졌다. 밤 12시였다.

 

 우리는 저렇게 서 있는 애들한테 남자가 다가가서 데려 가는 것을 흔히 '원조교제'라고 알고 있었다. 딱 보니, 그 케이스 였다. 성룡이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쟤한테 한번 말 걸어볼까? 나와 성룡이도 용기가 안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저 얘 하나를 만나기 위해 거리를 5시간을 걸었으니... 이대로 가버린다면., 나의 자아에 큰 일이 생겨날 거라고. 근데 나는 지금보다 노안이였고, 더 우울했고, 속은 착했지만, 그래 검은 옷에 딱 봐도 만만치 않은 사람 으로 보였다. 그러나 성룡이는 지금도 그렇듯 착하고, 순하고, 나는 순진해요 하고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성룡이에게. 네가 가. 내가 가면 쟤 튈 꺼야. 어 알았어.. 그리고 성룡이는 그 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살짝살짝 지켜보았다. 성룡이는 역시 말을 잘 걸었다. 그리고 10 분 동안, 그 애랑 편의점 앞에서 대화를 하고, 편의점에서 종이 백을 들고 나와선 그 애의 종이백을 옮겨 담았다. 나는 저기서 뭐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망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성룡이가 왔다. 회현아, 이리와.

 

 나는 어색해하며, 마지못한 척 그 얘에게 갔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그 얘는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편의 점 앞 잡동사니 뽑는 기계 앞에서 그냥 그것들을 보고 있었다.  내 말이 안들리는 것일까? 몇 살이에요? 대답은 없었다. 몇살이에요? 뭐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그러자 그 애는 내게 나를 보지도 않고, 넌 몇 살인데? 나? 24. 그럼 너는 몇살이야? 나 25. 그 얘는 나이 25이라 대답했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인 것이다. 우리들 옆으로 경찰차가 지나갔다. 그러나 어떠한 경찰도 우리를 잡진 않았다. 뭐. 우리야 선량한 시민들이니까 그렇겠지만...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별로 하는 건 없다.

 

 배고프지 않아? 밥 먹을래? 싫어. 그리곤 그 여자애는 그곳을 떠나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잡을 구실도 없고 해서 가만히 있었다. 성룡이가 말했다. 쟤 돈이 3,000원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백이 젖어서 곧 찢어질 것 같다고, 사달라고 하더라고. 저게 자기가 갖고 있는 전부래. 저게 전부라고? 응.

 

 밤은 새벽이였고. 그 애는 말 그대로 하의 실종이였다. 진심으로 하의실종이였다. 짧은 핫팬츠가 아니라, 속옷만 입은 것 같았다. 가죽재킷 이상한 가시들이 박힌 걸 입은 채 였다. 저 애가 걱정이 됐다. 나는 가출한 경험이 있다. 가출들을 많이 했었다. 지금도 감사한 게 난 가출해서,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주차장에서 한 쪽에 쪼그려 앉아 밤을 지새고, 공원에서 자고, 만화책들을 잔뜩 빌려 찜질방에서 자고. 그런식이였다. 그래서 가출청소년이였지만 범죄에 관련해 본 적이 없었고, 그냥 나만 죽어라 아파 아파 그것이였다. 나는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야. 너 배고 프지 않아? 지금 위험하다고. 이런 데 이렇게 서 있으면. 야. 어디가?

 

 그 얘는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멈칫 했다. 돌아서 우리에게 말했다. 노래방 가고 싶어. 노래방 가자. 밥 말고. 나는 당황했다. 노래방이라.. 이 새벽에. 처음 보는 가출청소년이랑. 노래방이라.. 노래방 안가면, 나 안가. 나 간다. 다른 선택 경우가 없었다. 우리는 저 얘를 잡아야 했고, 그리고 저대로 둘 순 없었다. 그런데, 노래방 아니면 간다고 하니, 뭐 가야지. 오랜만이였다. 나도 노래방. 수능 때문에 이런 델 가본 적도 없었고, 군대에 있었을 때. 애들과 노래를 부르며, 식사 내기를 하고 내가 잘부르냐 니가 잘부르냐 우리끼리의 콘테스트도 하고 한 후 처음이였다. 그 얘는 노래방에서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곡들을 30 분 이상 연속으로 불렀다. 평생 동안 태어나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만 10곡을 예약해 놓고, 불러대는 얘는 처음이였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웨이브를 하는 건지. 그리고 남자를 보면서 웨이브를 하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나는 말했다. 야, 너 추해. 하지마. 그냥 노래나 불러. 그 애는 멋쩍은 지, 계속 노래만 불렀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서, 노래를 부르니 그 얘는 내게 잘 부른다고 했다. 너 잘 부르네. 너는 왜 시키지도 않는 웨이브를 하냐? 옆에 앉아 있어. 성룡이가 노래를 불렀다. 정말 못 불렀지만, 그래 아주 재밌는 담배가게 아가씨였다. 그리고 노래방이 끝났다. 야. 너, 밥 먹어야 되니까. 따라와. 나는 그 여자애를 끌었다. 그 여자애는 왜 너 이렇게 리드를 잘해? ... 나는 여자를 잘 모른다. 경험도 없는데...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한 건데. 우리 셋은 함께 걸었다. 그러다 그 여자애는 싫어 하더니, 돌아섰다.

 

 왜 그래? 왜 안먹겠다는 거야? 왜 자꾸 밥을 먹자고 하는건데. 우린 먹었어. 니가 굶었을 까봐 그러는 거야. 너 아무것도 못 먹지 않았어? 어, 그랬지. 그니까. 그 여자애는 마지 못해 우리를 따라 왔다. 그러다가 먹기 싫어. 너희랑 안 가. 그렇게 삐지듯 돌아서는 데 우리는 황당했다. 우리가 지한테 뭘 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도와주러 왔고,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거리에서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왜 자꾸 저러지 우리 속으론 그랬지만. 우리 속을 알리 없었다, 쟤는. 음식점 앞까지 끌고 갔다 싶으면, 다시 돌아서고. 다른데 가면 다시 돌아서고. 지쳐갔다. 술 먹자. 우리 술먹자. 그 애는 그랬다. 내가 왜 너랑 술 먹어? 우리 술 먹으러 온 거 아니야. 그럼? 우린.. 니가 너무 춥게 입고, 불쌍해 보여서. 도와주려는 거야. 그 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평역에 신선설농탕이라고 있다. 대부분의 신선설농탕들이 그렇듯 1층은 주차창이고, 2-3층이 영업을 한다. 2층으로 같이 올라가는데, 그 얘가 갑자기. 우리를 보며 이야기 했다. 대부분 나와 그얘가 대화했기에 거의 나를 보고 이야기했다. 너희 꺼져. 꺼져버려. 그러더니 2층으로 들어가버렸다. 돈도 없고, 저 복장으로... 그냥 혼자 매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우리는 벙쪗다. 우리는 뭐지. 1층에서 잠시 기다리며, 나는 치미는 불평을 성룡이와 이야기 했다. 우리가 뭐 하려고 그러는 줄 아나. 지가 불쌍해서, 데리고 있다가 오전이면 물푸레나무나 청소년 보호 시설로 데려가고, 도와줄 생각이였는데. 쟤 왜 저래? 왜 믿지를 못하는 거지? 아 짜증나. 우리가 이런 취급 받으려고, 새벽까지 이 짓하는 지 아나. 쟤 나중에 알꺼야. 우리처럼 착하고 젊은 남자들이 어딨어. 나중에 후회할꺼야. 그리고 2층을 올려다봤는데, 그 얘는 계단 위에서 우리를 쳐다보며 대화들을 듣고 있었다.

 

 나 갈꺼야. 그 여자애는 아무렇지 않은 척 1층으로 내려오더니. 나 따라오지마. 하곤 가 버렸다. 우리는 욕을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그냥 우리끼리 얘기했다. 한번 만 더 잡아 보고, 안 되면 그냥 가자. 찜질방 가서 자자.

 

 그 얘는 부평역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30m 떨어져서, 따라 갔다. 그 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갔다. 짜증났다. 부평역 앞에서 그 여자애는 서성 였다. 그런데, 그 여자애를 보더니 한 술취한 할아버지가 엉덩이를 사진 찍고, 다른 취객 늙은이는 얘 엉덩이를 치고 갔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우리가 계속 뒤 따라오는 것을 보더니, 2층으로 반대편 역사로 넘어가버렸다. 너무 짜증이 났다. 내 지한테 뭘 한것도 아니고, 할 생각도 없는 천사같은 사람한테. 저게 뭐하는 짓이냐 싶어서, 정말 화가 났다. 그러나 그 얘는 그냥 저렇게 살겠지. 이대로 가면, 저대로 살겠지. 그냥.

 

 그래도 어떡해? 저 얘가 저렇게까지 우리를 밀어내는데 그냥 가자. 그런데 마음에 드는 갈등으로 이대로 쟤를 버리고 갈지, 아니면 그래도 잡아야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움직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멤돌았다. 그러다 고등학생 남자애 3명이 지나가며 자기들끼리 웃으며 "쟤, 우리가 먹을까? ㅋㅋ 엉덩이좀 봐." 그러면서 얘가 들어간 2층을 계속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웃는 것이였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성룡이를 보냈다. 성룡이가 처음 말을 걸었 듯이, 이번에도 말을 걸면 뭐가 되겠지 싶었다. 그러나 10분후에 걔가 와서 쟤 내 말도 안 들어. 그냥 꺼지래. 걔 어딨는데? 저기 반대편에 있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지.. 주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나도 2층으로 넘어갔다. 그 얘는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멀어진 걸까... 이대로 간 걸까... 저기로 간 거겠지... 잡아도 안 올꺼야. 내가 그렇게 잡으려 했는데, 안 왔는데... 이미 멀어졌어. 나는 그래도. 그래도. 그냥 거기 서 있었다.

 

 근데 믿기지 않겠지만, 그 얘가 화가 잔뜩 나 있는 얼굴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화를 내? 그리고 그 40m 쯤 되는 통로 가운데 있는 내게 걸어 와선 울었다.. 뭐지. 이 상황은. "너 내가 화내는 거 보고 왜 날 안잡았어? 왜 붙잡지 않은 거야?" 그러면서 울면서, 나한테 안겼다... 뭐지. 이 얘는. 왜 나한테 그러지. 황당했다. 뭐지. 이 상황은. 방금까지 나한테 꺼지라고 계속 멀어져가더만. 왜 돌아와서는 날 붙잡고, 울지. 뭐지.

 

 나한테 안기더니 '너 내 전 남자친구가... 나를 얼마나 사랑해줬는지 알어?' 이러면서 울고... 뭐지. 이거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것 같기도 한데. 난 얘한테 키스하기 싫은데... 너무 외로워 보이는 것 같아. 불쌍해서. 나도 안고만 있었다. 그렇게 그 얘는 10분동안 울면서. 이상한 말들을 해댔다. 자기 전 남자친구와 월미도를 갔었다느니... 자기가 나쁜년 이라느니...

 

 어느 정도 진정돼 보였다. 성룡이는 우리 주변에 그냥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좀 더 그얘에게 편하게 말했다. 야, 너 배고프지 않아? 응. 이제 밥 먹을꺼야? 응. 대신 여기 맥도날드 가자. 아니면, 나 안가. 그래.. 이상한 상전 하나를 모시고, 우리는 맥도날드를 갔다. 거기는 24시간 영업이였다. 아마 지금도 있을 거고, 24시간일 거다. 맥도날드에 들어선 우리는 이상한 조합이였다. 검은 마이에 정장 차림 비슷한 나와, 캐주얼의 남자애와, 하의 실종인 검은 가죽 자켓의 화장 진한 여자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그 얘는 먹고 싶은 거 많이 시켰다. 가게 종업원 여자애에게 말하는 투가 싸가지 없었다. "야, 나 이거 이거 줘." 성룡이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얘를 데려다 테이블에서 세명이 같이 먹었는데, 참 얘 하나 밥 먹이기 힘들다 싶었다. 그 애는 기억에 정확하진 않지만, 성룡이나 나 둘중의 한명 핸드폰을 뺏다시피 가져가선 유투브를 켜고, 이상한 락 음악을 크게 켰다. 우리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있었는데. 민폐였던 것 같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애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 먹을 무렵, 나는 성룡이와 얘기했다. 그럼 이 얘 데리고 찜질방 가자. 그 얘는 먹다 말고, 말에 껴들었다. 나 안가. 또 시작이야? 얜 왜 그래. 야 찜질방 가자고. 안 그럼 어디 가게? 그 여자애는 나를 뻔히 보더니. 모텔. 왜 모텔을 가? 비싼데. 그리고 왜 모텔을 가. 그냥 찜질방 가. 나 안가. 너희 잘 가. 또 우리보러 가란다.  되게 짜증이 났다. 그 애는 성룡이를 가리키며, 쟤 집으로 보내. 쟤 집으로 가지 않으면, 나 안 따라가. 왜 쟤를 보내? 쟤 집으로 가라 그래. 황당했다. 쟤 집으로 보내서 어쩌라고. 난 모텔 갈꺼야. 거기서 씻고 잘 꺼야. ... 뭐지. 이건 뭐지. 나는 성룡이와 밖에서 대화를 했다. 저 기집애가 너 가라고 계속 그러는 데. 뭐야. 응. 너랑 있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뭐. 뭐지. 이건. 회현아. 네가 그렇게 안 하면 재 갈 것 같으니까 나 집에 갈께. 너 알아서 잘 할꺼야. 난 널 믿어. 화이팅! 응? 이건 뭐지... .... 그 얘를 데리고 부평역 광장에 서 있었다. 잘 있어. 회현아, 수고해. 이따 연락할께. 그리고 떠났다. 내 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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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소설이라고 읽으셔도 되고, 아니면 에세이라고 읽으셔도 된다. 나에게도 다시 한 번 일어날까 하는 일이라... 그러나 그 얘를 위해 1년 8개월 동안... 죄송하다. 그 얘를 구원해달라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것은 사실이긴 한 가보다. 그래. 그것은 사실이였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 걸 꺼려왔다. 너무 소중하고, 아픈 기억이라. 부끄러워.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 너무 그 사람에게 '큰 일'은 기록하기 꺼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기록하게 된 것은. 이따가 이유를 밝히기로 하겠다.

 

돈키호테 : 그 병신은 알돈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자신이 기사라고 믿었다. 남들은 다 정신나간 늙은이가 불쌍하다 손가락질 했지만, 그는 자신이 기사라 믿었고, 그리고 알돈자가 성녀라 믿었다. 그 자신의 말은 비슷하게 늙은 노쇠가 아니라, 전설의 준마 로시난테라 믿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알돈자를 사랑했다. 알돈자는 그의 사랑을 장난이라 치부하고, 밀어냈다. 그리고 사람들과 같이 욕을 했다. 그러나 알돈자는 지독히 외로웠고, 돈키호테가 미쳤을지 모르지만 그의 마음은 진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 24살. 수능 공부를 다시 하고. 대학교 시험으로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집은 반지하였고, 모두가 힘들던 시기였다.

 

 시험보느라 고생 많았다. 고생은 무슨. 너도 군대 갖다 오느라 고생 많았다. 나는 성룡이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11시. 집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성룡아, 이따가 우리 2년전에 걷던, 청계천 마져 끝까지 걸어볼래? 뭐가 나오는지 보자. 그래. 그러자. 나도 그러고 싶었어. 나와 성룡이는 2년전 청계천을 한번 끝까지 걸어보자며, 저녁 7시부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시에 우리는 막차 시간으로 더 가지 못하고 '용두'역에서 멈추게 되었다. 그걸 다시 걷자고 한 것이였다.

 

 오후 4시. 집을 나서기 위해, 옷을 입은 나는 전화를 걸었다. 성룡아. 비가 오네... 야 성룡아. 혹시 네가 괜찮으면,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가출청소년들 만나러 가면 어떨까? 네가 싫으면, 그냥 딴데 맛집 찾아 가자. 성룡이는 고민을 했다. 그러다 그래. 회현아. 그냥 니가 말한대로 가자. 고마워. 그럼 부평역에서 만나자. 내가 예전에 부평에 살았을 때, 부평역에 가출 한 애들이 많은 거 같더라고. 알았어. 그럼 부평역에서 7시에 만나자.

 

 저녁 7시 부평역. 세계는 이미 어두웠다. 그 시간은 11월 말. 겨울이였다. 애매한. 오리털 점퍼를 입기도. 그렇다고 반팔을 입을 수는 없고.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가지고 있었다. 성룡아. 성룡이가 저 개찰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디로 갈래? 응. 보스나이트 까지 쭉 돌아볼래? 그 중간에 가출청소년을 만나면, 한번 얘기를 걸어보자. 그리고 심각한 상태에 있는 애는 물푸레나무로 데려가거나 어떻게 도움을 줘 보자.

 

 우리는 우산을 쓴 채, 부평역에서 보스나이트까지 걸었다. 문화의 거리를 거쳐, 걷는데.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놀기 위해, 밤의 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사이에 있을 가출청소년을 찾았다. 우리도 그냥 걸었다. 예전에 우리가 21살 때, 이곳 문화의 거리에서 샀던 프로스팩스 신발들이나, 성룡이가 새벽마다 일했던 피시방 이야기나. 그리고 같이 중학교를 다녔던 이야기를 하며, 거리를 걸었다. 부평역까지 원형으로 한 바퀴를 돌았는 데 아무 성과가 없었다. 시간은 10시였다.

 

 우리가 못찾는 걸까? 그들을 구분해 낼 능력이 없는 걸까. 나는 성룡이에게 미안한데. 우리 한번만 더 찾아보자. 이번에는 업소들 안을 좀 가보자. 그곳에 가출청소년들이 있을 수 있어. 가서 왜? 어, 걔네들을 빼오기 힘들 순 있지만, 성매매 업소에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지 뭐. 이 쪽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궁금하고.

 

 이번에는 밤 업소들을 난생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 혼자라면 용기가 없어, 못 들어갔을 테지만. 성룡이가 있으니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다시 보스나이트까지 돌게 되었다. 그 중간 중간에 부평지하 상가 그 쇼핑 지하에서 화장이 진하고, 드문 옷들을 입고 것는 눈매가 사나운 어린 애들이 몇 있었다. 군중에 파묻혀 스쳐가는 그 여자애들을 우리는 잡아 말 걸 용기가 나지 않았고, 우리도 그냥 지나쳤다... 이 때 아마 내 안에 조금씩 답답함이 쌓였던 것 같다.

 

 모텔들에 갔다. 가격이 얼마에요? 그리고 도우미 노래방들에 갔다. 가격이 얼마에요? 2차 되요? 지금 정확하게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경찰들 나오니까 2차 지금 하면 큰일이 난다며 안된다는 주인 부부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부평역에서 더 멀어진 곳에는 흔히 방석집들이 있었다. 부평에 있는 구세군 교회 앞이다. 거리에 나와서 빨간 불빛이나 이상한 형광등을 받으며 '오빠, 여기서 쉬다가. 잠시만, 우리 이야기 하자.' 하는 여성들. 그 거리에 나와 성룡이는 서 있었다.

 

 우리 너무 빼지 말고, 적당히 연기 하자. 조금 관심 있는 척하며 얼마인지 물어보고, 어디까지 서비스 해주는 지 물어보자. 응. 그래. 우리는 친한 친구가 걷듯이 그곳을 걸었다. 많은 여자들이 내 팔을 잡았다. 팔짱을 끼며 '오빠 여기 물 좋아'했다. 나는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어, 어색해서 어떻게 할 줄 몰랐으나. 한 두번 잡혀보니까, 능숙하게 '아 그래? 얼만데?' 그렇게 대답하면, 한 여자는 '일단 들어와서 얘기하자.' 응 그래. 하고 팔을 잡혀 들어갔는데, 여자는 나에게 방에서 얘기하자. 그래. 갑자기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금 놀라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내가 궁금한 걸 물어봤다. 여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누구나 생각하듯이 그 여자는 야한 의상 이라 불리는 나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얼마야? 응. 맥주 한짝에 30만원. 한짝? 우리는 한짝으로 팔아. 2차는? 2차는 오빠가 하기 나름이지 하면서 여자들은 웃었다. 아 그래? 난 내 친구랑 얘기좀 할께. 둘러보고. 다시 올께. 오빠 이리로 꼭 와야 되. 성룡이는 가게 카운터에서 다른 여자에게 잡힌 채, 앉아 있었다. 성룡아 가자.

 

 우리는 구세군 교회 앞이였다. 회현아. 너 왜 이렇게 까지 하는거야? 너 왜 그러는 거야? 뭐라 대답을 해야 좋을까.. 그 애들이 너무 힘드니까. 난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나와 성룡이는 몇 군데를 더 들어갔다. 그렇게 계속 돌아다니니까 처음의 여자들 중 나에게 팔짱을 꼈던 여자가 그랬다. (나보다 나이는 10살 정도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우리가 물건이야? 왜 자꾸 돌아다녀. 그냥 빨리 와. 미안.

 

 우리는 그 후로 그 때 생겨난 키스방이란 곳들을 가보았고, 그곳에 나는 가출청소년들이 많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아쉽게, 어떤 여자가 있는 지 사장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두꺼운 팔뚝에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 30분에 3만원인가, 5만원이라 했다. 2차는 안된다 했다. 방이 여러개가 있었다. 우리는 나왔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마사지 를 들어갔다. 마사지 하는 곳은 30분에 11만원. 무슨 외국 관광지보다 비싸나 했는데, 누구나 알다시피 성매매 하는 곳이였다. 가격은 11만원. 경찰은 걱정 안하셔도 되고요. 저희 CCTV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고를 수 있나요? 제가 돌려보내도 되는 건가요? 네.. 1번은 가능합니다. 그곳에서 나는 눈으로 가출청소년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밖에 나와있는 여자는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거리를 빠져 나왔다. 회현아. 우리 아무도 찾지 못했는 데... 어. 미안. 우리 그럼 부평역 까지 한번 만 가고, 이제 끝내자. 그래도 없으면,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리고 찜질방에서 자자.

 

 우리는 부평역으로 걸었다. 비는 그쳐 있었고, 우리는 우산 각자 들고 걸었다. 그리고 부평역 까지 어떤 가출청소년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포기하려 했다. 밤은 어두웠다. 그러다... 예전 부평역 버거킹이 있던 자리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검은 가죽 옷에, 하의 실종에 (문자 그대로), 매우 진한 화장에. 손에는 거울을 들고, 다른 손에는 종이 백을 들고 있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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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예배가 끝나고, 모두 다 점심을 먹고.

나는 교회 다락방에 누워 잠을 자려고 했다. 밥 먹고 자는 건 내 오랜 습관이다.

그런데, 누가 방문을 두드리더니 들어가도 되요? 철수였다. 들어왔다.

 

 

 

철수가 물어왔다. 쌤. 예배 좋은데. 저 학원가야 하는데요.

 

공부도 해야 하고요. 2학년 진도 미리 나갈려면 독서실도 가야하고요.

 

예배 드린다고. 일요일 교회에 앉아 있을 때 얼마나 초조하고,

 

걱정되는지. 쌤은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머리를 짜내야 했다. 저 질문과 의문은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이였다.

 

음 철수야.

 

쌤이 니 만한 나이 때 전국 화학올림피아드에서 은상도 받고, 시경시에서 은상도 받고 해봤는데 말야. 철수야. 니 말이 뭔지 알아. 이해가. 그런 생각은 자연스러운거야.

 

근데 말야, 철수야. 솔직해 보자.

 

너 하루종일 공부만 하니? 잠은 몇 시간 자?

 

너 친구랑 게임은 안해? 피시방은 안가? 놀러가지 않아? 데이트는? 판타지 소설은? 무협 소설

 

은? 뭐. 자위 행위 같은 거도 하지 않아?

 

선생님도 매일 밤 무협 소설 읽다 자고, 친구네 집에서 영화도 보고. 할 거 다하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 열심히 했어.

 

솔직해져봐. 철수야.

 

 

 

그 시간 중 1가지를 성경공부하는 시간으로 바꾸고. 또 한 가지를 예배의 시간으로 바꿔 보는 건 어때? 물론 네 마음이 그리 하는 것에 의지가 있다면 말야.

 

 

선생님은 지금도 학교 가서 매일 11시 50분까지 막차까지 공부하는데.

위의 것 들 중 몇 가지를 빼고, 그 시간에 매일 찬양을 부르고, 큐티를 하는데 그러면 괜찮아.

 

우리의 뇌를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또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지 않겠어? 철수야.

 

 

 

네, 쌤~

쌤은 너무 정답을 말해서, 이번엔 재미 없었어요.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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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지날수록 야해지고 있다.

 

나도 남자다.

 

그러나 그 야해지는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공감할 거라 믿는다 (라곤 하지만...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상당한 그리스도인들이 포커페이스로 교회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크게 동의하진 않는다.)

 

 

 

첫번 째 이유는. 가장 큰 것은

 

'자본주의'의 발달이다.

 

자본주의의 첨병은 '광고'다.

 

이 마케팅의 검증된 가장 오래된 진리는 '성과 판매율'은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잘 이용당하고. 남자들의 대부분은 침 흘리고.

 

 

자본주의가 발달될 수록, 전 세계 적인 기업들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성'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두번 째 이유는. '아름다움을 소유가능한 기술' 때문이다.

 

인터넷 광고중에 '가슴 성형 (물방울)' '얼굴 성형' '전신 성형' 아주 많다.

 

원하면, 비너스 이상의 몸매와 얼굴을 가질 수 있는 현 시점에

 

 

외모는 필수조건이며, 갖지 못한자가 오히려 병신이라 취급받는 현실이다.

 

 

 

 

 

 

 

 

세상은 더 음란해지고 있다.

 

좀 더 당신 보기 편하게 말하면, 세상은 야해지고 있다

 

성경의 예언대로 말세는 점 점 더 야해지고 있다.

 

 

 

 

그러다 '그리스도의 날'이 오겠지.

Posted by 상실의 시대에 사랑을 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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